김영재 충북본사 편집국 부국장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에서 전국 시·도지사 회의가 열렸다. 당시 정우택 충북지사도 회의에 참석했다. 정 지사는 그 자리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문제 삼았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주면 지방으로 내려간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다시 몰린다는 것이었다. 기업의 ‘역유턴’을 걱정한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중시했던 전임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현대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유명하다. 기업 입장을 철저히 대변할 것으로 보인 이 전 대통령이 야당 대선후보로 결정되자 지방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 우려가 쏟아졌다. 당시 여당의 인기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이명박 당선’은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세종시를 있게 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까지 수포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돌았다. 겨우 발을 뗀 균형발전정책이 다시 수도권 발전 중심으로의 회귀도 걱정했다.

그런 이 전 대통령 면전에서, 그것도 정권 말이 아닌 취임 초에 입바른 말을 한 이가 지금 국회부의장이 됐다. 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와중에도 정 부의장은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개진했다고 한다.

김영환 현 충북지사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적 연결고리가 단단하다. 지난해 7월 윤 대통령이 당시 야권 유력대선주자일 때 종로에서 단둘이 만났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저서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대선캠프에서는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 여권에서 윤석열캠프에 합류한 첫 인물이다. 당선인 시절엔 특별고문을 지냈다. 대선을 앞두고 당내 인사권 내홍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윤 대통에게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에게 김 지사는 은인과 다름이 없다.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지역발전 측면에서 정 부의장과 김 지사는 지금 충북의 중요한 자산이 됐다. 혹자는 국회부의장이 무슨 힘을 쓰겠느냐고 하겠지만 국회부의장은 당적을 유지하면서 상임위원회 활동도 한다. 무조건 탈당을 해야 하는 의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정부 견제 활동 폭이 넓다. 게다가 정 부의장은 지금 여소야대(與小野大)일지언정 여당 몫의 부의장이다. 5선(選)의 중진이다. 입법부인 정 부의장의 행정부에 대한 입김 강도는 어림짐작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최우선 목표는 정치를 그만둘게 아니면 유권자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각인시켜 차기 선거 때 당선하는 것이다.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가장 좋은 재료는 치적인데, 그게 선거구 발전을 위한 정부예산을 따오는 것이다. 예산철만 되면 무슨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리는 이유이다. 정 부의장도 국회의원이다. 정부 예산 확보에는 야당보다 여당 소속이, 초선보다는 다선의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함은 불문가지이다. 이런 점에서 국회에서 정 부의장의 위상은 당적 구분을 하지 않고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을 대권주자 시절부터 도와 당선시켜 현 정권에 일정부분 지분이 있다. 나름대로 지분행사 권리가 있는 셈이다. 이 권리행사가 지역발전과 연결되면 충북은 큰 힘들이지 않고 정부예산이나 국책사업을 끌어올 수 있다. 정 부의장과 김 지사의 공존은 충북에게는 호기이다. 국가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에서의 정 부의장 직책과 지위, 그 예산을 짜는 윤석열정부에서의 김 지사 권리를 지역발전과 연결할 방법을 찾아야한다. 권부의 입김이 가장 잘 먹히는 정권 출범 초기에 고삐를 당겨야 한다. 임기 말에는 권력도 말단의 눈치를 살핀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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