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기 서산시의원

50.5%. 지난 7월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7월말 기준 수도권 인구는 2604만명으로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 두 명 중 한 명은 수도권에 사는 셈이다.1960년 500만 명, 전체 인구의 약 20%에 불과하던 수도권 거주 인구가 2019년을 기점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대로 지방은 고사 직전이다. 농촌지역은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다. 청년은 떠나고 마을엔 노인만 남았다.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즐비한 빈 집들은 을씨년스럽다 못해 황량하다. 지역 인구감소 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 전국 89개 시·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는 향후 10년 동안 매년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이 투입되는 등 행정·재정적 지원이 뒤따른다.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 노력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데 의미가 있겠으나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한지 모르겠다. 참여정부 이후 역대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웠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44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투입됐다. 하지만 수도권 교통 인프라 확충과 같은 데 예산이 쓰이면서 본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수도권 쏠림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소멸 위기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고 사회적 비용을 급증시키는 국가적 재난이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대한민국은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보여주기식 정책, 기존 정책의 재탕, 삼탕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관계인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관계인구는 주민등록상 거주를 의미하는 ‘정주인구’와는 다른 개념이다. 관광 목적으로 지역에 잠깐 머무르는 교류인구와 정주인구의 중간쯤 된다. 농특산물 소비부터 기부, 자원봉사, 체류형 관광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특정 지역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인구를 의미한다. 우리보다 앞서 지역소멸 경고등이 켜진 일본에서 고안해낸 개념으로, 일본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관계인구 창출 및 확대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지자체에 기부하면 일정액을 공제해주고 지역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주는 고향납세제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지역생산자와 소비자 간 커뮤니티 구축, 체험형 수학·교육여행을 통한 관계인구 확대, 관계인구 유입 이벤트, 할인행사 등 다양한 혁신적 실험이 진행 중이다. 형태야 어떻든 지역과 연계되면 관계인구다. 관계인구는 굳이 공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그만큼 확장성이 높다는 말이다. 지난한 산술적 인구 증가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관계인구를 늘리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관계인구 개념으로 접근 가능한 대표적 정책이다. 부디 성공적으로 안착돼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방이 활력을 되찾는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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