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신 대전 중구청장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로 부동산시장에 찾아든 한파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를 보면, 주택 매매거래량은 3만 2,173건으로 지난해 10월(7만 5,290건)과 비교해 57.3% 감소했다. 지난 8월(3만 6,000건) 이후 석 달 연속 월별 주택거래량이 3만 건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평수를 줄이거나 기존 집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 공간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집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셀프스토리지(개인 창고)를 활용해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리려는 이들도 증가했다. 선택이 무엇이든 고물가 시대, ‘공간 값’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리가 필수다.

이는 다분히 개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자치구도 마찬가지다. 원도심의 경우,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로 산업용지, 주차장, 복합문화시설 등으로 쓰일 빈 땅을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이에 중구는 공간 재배치와 수직적 확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먼저, 중구는 중촌근린공원과 호남선 철도 지하화 부지에 대한 공간 재배치를 통해 최첨단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를 건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20층 지식산업센터 3개 동에 400개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 1만 개 이상 창출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차 민원이 폭증하고 있는 목동, 문화동 지역을 우선으로 수직적 확장에 나선다. 목동과 중촌동의 경계에 위치한 중마을놀이터(중촌동 281-10번지 일원)는 지면 단차를 활용해 반지하 공영주차장(40면 이상)을 조성하고, 지상은 안전하고 쾌적한 어린이 놀이터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문화1동 제6노외주차장(문화동 11-223 일원)은 입체화 작업을 통해 1, 2층으로 22면을 조성하여 11면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양지근린공원 인근 공영주차장(선화동 381-108번지 일원)도 마찬가지다. 구는 인구소멸기금으로 받은 35억 원과 국·시·구비 141억 원을 더해 총 176억 원의 예산으로,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청소년종합복지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지하1층 공영주차장(49면)과 지상에는 육아종합지원센터, 공공키즈카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문화의 집 등을 배치해 양육에 대한 부모 부담을 경감으로,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환경 조성을 통해 저출산 문제 극복에도 앞장설 예정이다.

필자는 최근 유현준 교수의 저서 ‘공간이 만든 공간’을 우연히 접할 기회가 있었다. 건축을 중심으로 과학, 역사, 지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문화의 기원과 창조, 교류, 변종,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것으로, "공간은 문화를 만든다"라는 문구에 크게 공감했다. 그리고 공간의 재배치와 수직적 확장을 통해 기분 좋은 변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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