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묵 세종본부 부장

아이러니 공화국이다. 편안하게 ‘사는(live)’ 집이 아닌, 투자하려고 ‘사는(buy)’ 집의 가치가 높다.

또 아이러니하다. 편안한 집은 산바람을 타고 온 ‘새 소리’가 들리지만, 투자한 집은 콘크리트 굉음의 ‘쇳 소리’가 가득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쇳 소리’를 찾아 나선다. 가치가 높은 탓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민낯이 이렇다.

더욱 아이러니 한 게 있다. 고금리 여파에 엉겁결 잡혀가는 집값이었다. "집 값을 잡겠다"고 공언했던 윤석열 정부가 의도치 않게 박수를 받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풀지 못해 안달이다. 고금리 시대에 말이다. ‘연착륙 유도’라는 표현을 내세웠지만 공감이 가질 않는다. 마치 거래를 늘려 집 값이 다시 오르길 바라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규제 완화는 대출 빗장 풀기다. 정부의 11·10 대책의 골자를 보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하고, 15억 원 초과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겉으론 주택시장 안정을 내세우지만, 결국 대출을 좀 더 받기 쉽게 해줄테니 빚을 내 집을 사라는 것. 금융기관 수익모델을 알리는 광고와 흡사하다.

대출 없이 집을 살 순 없을까.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 원 수준이라고 한다.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살 수 있는 게 집이다. 노동의 가치를 무력화 시키는 게 대한민국 부동산이다. 결국 한 푼도 쓰지 않을 수 없기에 대출을 받게 된다.

윤 정부는 임기 내 27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한다. 270만 가구의 빚쟁이를 양산하는 꼴이다.

왜 건설사를 옥죄는 정책은 없을까.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타고 분양가는 치솟고 있다. 이제 3.3㎡당 1500만 원 수준(충청권 기준)의 분양가격도 착하다고 한다. 국민평형 84㎡(옛 34평) 타입으로 환산하면 5억 원이 넘는다. 서민이 체감 할 착한 분양가격을 이끌 정부의 대책은 실종됐다. 다주택자에겐 착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갭 투자를 위한 1-2억 원의 소액(?)만 있으면 되니깐.

당연한 논리지만 집을 가진 자는 ‘집값이 오르길’, 집을 갖지 못한 자는 ‘집값이 내리길’ 외친다.

대한민국에는 집을 가진 자가 조금 더 많다. 통계청의 주택소유통계 자료를 보면 무주택 가구는 지난해 일반가구 2144만 8000가구 중 43.8%인 938만 6000가구로 집계됐다. 눈에 띠는 건 주택 5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가 11만 3984명에 달한다.

정부는 조금 더 많은 ‘집 가진 자’를 지키려는 것일까.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수록 돈을 쥔 자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부추긴다.

다행히 고금리 여파로 집값은 하락세다. 그래도 ‘집을 갖지 못한 자’는 버겁다. 분양가 3억 원 아파트가 10억 원을 찍고 나서 이제 1억-2억 원 떨어진 수준이니 말이다.

다주택자들은 집 앞 스타벅스 하나 들어왔다고 ‘스세권’이라며 쾌재를 부른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이 아까워 믹스 커피를 타 마시는 서민과 청년들의 절망감을 뒤로 한 채로. 참 아이러니한 대한민국 부동산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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