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몇 달 전,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님이셨다. "어머니, 내년에는 만 3세반(5세반) 운영이 어려울 거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의 5살을 앞두고 큰 고민에 빠진다. ‘어린이집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유치원에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이를 현재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 계속 보낼 생각이었다. 너무나도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유치원조차 알아보지 않았다. 그랬는데 남을 수조차 없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손가락이 바빠졌다. 검색, 또 검색을 해야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유치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근처 다른 어린이집을 보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보면 그건 아니었다. 설령 다른 어린이집을 간다 해도, 1년 있다 또 다른 유치원에 가야 한다. 아이는 짧은 시간 동안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된다. 혼란을 줄 게 뻔했다. 또 ‘선배’ 엄마들의 조언도 있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었다. 늦으면 적응하기 더 어렵다고 했다. 5살 보다 6살의 유치원 적응기가 더 힘들다는 것이다. 또 6살엔 입학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했다.

☞입학 설명회를 들었다. 직접 가보기도 하고 다른 엄마들에게 정보를 듣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고 싶은 유치원 순위를 정했다. ‘맞벌이 부모’이다 보니 따져야 할 게 참 많았다. 우선 ‘방과 후 과정’을 운영해야 했다. 그다음엔 하원 시간이 상대적으로 늦은 곳이어야 했다. 맞벌이 부모들의 비중이 높은 곳인지도 파악해야 했다. 맞벌이 부모가 적은 곳은 아이들이 대체로 빨리 하원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 아이만 남겨지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 ‘방학 문제’도 중요했다.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와 등원이 가능한 지의 여부도 중요했다. 그렇게 추리다 보니 병설유치원은 제외했다. 제외하고 나니 갈 수 있는 동네 유치원은 단 ‘두 곳’ 뿐이었다.

☞맞벌이라서 우선 모집에 지원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처음 학교로’ 홈페이지를 이용하게 됐다. 벌써 학부모가 된 것처럼 뭔가 낯설었다. 두 곳에 신청을 하고 관련 서류들을 준비했다. 낼 게 참 많았다. 입학원서·개인정보 동의서·재직증명서 등을 제출했다. 그리곤 합격하길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우선 모집 발표날 결과는 참담했다. 두 곳 다 떨어졌다. 대학을 떨어진 것처럼 암울했다. 일반모집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일반모집에 원서 접수를 하며 3지망까지 적는 데 갈등을 많이 했다. ‘1지망’이 문제였다. 정말 보내고 싶은 곳과 경쟁률이 낮은 곳을 저울질했다. 결국 보내고 싶은 곳을 1지망으로 적었다. 2지망엔 상대적으로 ‘안전빵(?)’인 곳을 적었다. 등원 버스가 다니는 옆 동네 유치원까지 적었다. 결과는 또 참담했다. ‘대기’ 릴레이였다. 대학교 때도 안 받아본 대기표를 받아야 했다. ‘대기 10번·대기 3번·대기 13번’이었다. 2지망인 곳에서 합격 카톡이 왔으나 ‘오류’였다. 두 번 울었다. 그나마 희망은 ‘대기 3번’ 뿐이다. 아이 유치원 보내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순간 "아이가 유치원에 계속 떨어져 결국 어린이집에서 바로 초등학교로 보냈다"라는 모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아이를 낳으라더니 유치원 입학조차 이렇게 버겁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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