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 주민, 홍보 부족·사업 설명 빈약 등 문제로 현안 파악 어려워
음악회 공동 개최로 혼란 가중돼 사업안 발표는 30분 채 안 걸려
젊은층 참여 미미… 위원 대다수 겸업해 사업 제안 시 연관 우려도

19일 서산시 인지면 어울림건강센터에서 주민총회 겸 어울림음악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은 이날 주민총회에서 진행한 내년도 사업 선정 투표 결과가 화면에 표시되고 있는 모습). 김덕진 기자

[충청투데이 김덕진 기자] 아직 시행 초기인 주민총회가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보 부족에 이어 실제 현장에서 주민자치회의 사업설명은 빈약했고 새 사업 발굴은 전혀 없었으며 주민 참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에서 주민 제안도 받지 않았으며 제안을 들어 볼 수 있는 시간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총회장 이곳저곳에 자리 잡은 각종 체험 부스는 과연 이곳이 축제장인지 총회장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상태였다.

한 시민은 "주민들 바쁜데 뭐하러 (주민들) 모아놓고 총회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왜 하는 건지, 무슨 의미인지도 도통 알 수 없다"고 일갈했다.

19일 서산 인지면 어울림건강센터에서 열린 주민총회&어울림음악회 현장. 때마침 올해 주민자치회가 진행한 사업보고에 이어 내년도 사업제안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들 모두를 발표하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후 곧바로 주민들이 직접 선택하는 내년도 사업 선정 투표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무슨 사업인지도 잘 모르는 가운데 투표했다. 투표시간 역시 짧아(1~2분 내외) 전자기표기를 받은 주민들은 사용법을 묻다 정작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더군다나 총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해당 읍면동 주민인지, 혹은 단순히 음악회를 보기 위해 방문한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만14세 이상의 주민이면 누구나 투표 참여가 가능하지만 학생과 젊은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민자치회와 면이 주민총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진행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주민총회는 주민 참여 및 합의를 위한 의사결정기구다. 직접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가 교과서에서 봐 왔던 스위스의 직접 투표 사례를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본 기자가 보고 느낀 실제 총회는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인지면의 경우 지난해 주민자치회가 생긴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열리는 총회였지만 ‘주민이 제안하고 주민이 투표하여 스스로 결정하는 주민자치 구현’이라는 표어에는 한참 부족했다.

이런 식이면 새로운 대의 정치판이 만들어진 것과 다를 바 없다.

직접 민주주의가 아닐뿐더러 성급한 사업 시행으로 인해 주민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높으며 문제 시 주민자치회와 면이 주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일부 소위 ‘지역 유지’라 불리는 사람들의 기득권을 위한 자리 하나가 더 생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기존 이통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회 위원들은 새로운 ‘옥상옥’이 돼 버린 상황이다. 대다수의 위원들은 위원직 말고도 생업을 겸임하고 있다 보니 제안 사업 역시 연관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시 관계자는 "주민자치회가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주민자치회가 만들어진 취지는 옳지만 적어도 왜 총회를 하는지는 알고 그 취지에 맞게 운영이 돼야 한다.

시민들이 제대로 알고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주민자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산=김덕진 기자 jiny090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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