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장

주식의 차등(복수)의결권이란 일반적으로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대주주 또는 창업자가 가진 주식에 대한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장점은 일부 주주의 경영지배권을 강화해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단점으로 지배주주 권한만 강화하고 재벌의 세습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차등의결권을 법률에 도입하기 위한 입법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으나 실제 법제화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일부 단체들의 반대로 입법이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쿠팡이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최고경영자 소유 특정주식 1주는 일반주식과 비교해 29배의 의결권을 갖게 됐다. 보유지분이 2%만 돼 도 58%에 해당하는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 및 행사가 가능하게 됐다.

그렇다면 왜 차별의결권이 필요한가? 우선, 창업자의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하도록 안정적인 경영권의 확보다. 혁신기술 기반 벤처기업이 창업돼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창업자가 100% 지분으로 시작하더라도 투자를 받아 개발비와 운영비를 감당해야 하는 죽음의 계곡을 넘기고 나면 20% 이하가 되기 일쑤다.

특히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의 경우 임상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주식시장에 상장 후에도 지속적인 신주발행을 통해 투자유치를 한다면 창업자지분이 10% 이하가 쉽게 된다.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기업 상장사의 창업자 지분은 대부분 5 ~ 10% 정도로 낮다.

벤처투자금에 의지해 창업되고 성장하는 딥테크기반 혁신 벤처들이 성공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돼도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 유니콘기업의 탄생은 언감생심이다. 최근 벤처투자의 어려움으로 벤처들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기업가치의 하락과 함께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한 시도가 회자되는 이유도 창업자인 경영주의 지분이 낮은 사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차등의결주식은 1주 1의결권 원칙에 위반해 주주평등의 원칙을 훼손하고, 경영권 방어가 아닌 경영진의 보호의 수단으로 이용돼 무능한 경영진까지 보호받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상법상의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로 무의결우선주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가? 무조건적인 차등의결권은 금지하되 일정한 조건하에서 차등의결권을 부여해 공공의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위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차등의결권 도입을 통해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타국의 증권거래시장을 살펴보면 원칙과 법을 내세워 금지하는 것 보다 자국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기술혁신 벤처기업들은 창업자들이 오랜 연구개발의 성과를 기반으로 창업된 경우가 많다. 연구개발 과정만큼이나 어려운 사업화 과정에서 소유지분의 하락으로 경영권을 잃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면 기술이 사업화로 꽃을 피우기 전에 벤처기업은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의 조속한 도입이야 말로 우량기업의 신규 상장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차등의결권의 도입이야 말로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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