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학년도 수능 예비소집일인 16일 대전 중구 충남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이경찬 기자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자고로 목표는 크게 잡으라 했다. 내 대학 목표도 그러했다. 초등학생 때는 당연히 ‘하늘(SKY:서울·고려·연세대)’을 우러러보았다. 사실 그땐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대를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중학생 때는 그나마 조금 개념을 챙겼다. 그럼에도 태산 꼭대기에서 ‘서성댔다(서성한:서강·성균관·한양대)’ . 그러다 고등학생 때는 자기 객관화가 완벽히 됐다. 지역의 국립공원이라도 올라가고 싶었다. 그렇게 국립대학을 가는 것이 목표였다. 다행히도(?) 그 목표만큼은 실현이 됐다. 수험생이 돼서야 목표는 정말 목표일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날짜를 그렇게 열심히 세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연애할 때도 그렇게 챙기진 않았다. 하지만 ‘수능’은 달랐다. 모두가 날짜를 셌고 안 해놓으면 수험생이 아니었다. 칠판에도, 책상에도, 휴대폰에도 수능이 며칠 남았는지 꼭 적혀있었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간 압박을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렇게 미친 듯이 공부했던 것은 아니었다. ‘D-000(세 자릿수)’ 일 땐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 100일이 깨지고 나서야 조급해졌다.

☞공부는 안 하면서 미신은 챙겼다. 그렇게 좋아하던 미역국을 잠시 멀리했었다. 머리에 좋다는 견과류를 챙겨 먹었다. ‘떨어진다’는 말은 금기어였다. 그냥 뭔가 그렇게 조심스러웠다. 12년간 공부한 모든 게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이었다. 겨우 ‘수능날’ 하루에 모든 게 결정되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론 빨리 해치우고 싶었고 또 한편으론 영원히 오지 않길 바랐다. 수능날은 유난히 코 끝이 시렸다. 또 세상조차 숨죽인 듯 엄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설령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해도 기회는 있다. 아직 젊고 시간은 많다. 허무한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무너지진 않는다. 이번 수험생들은 특히 더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어느 수험생들 보다 멘탈 관리하기가 힘들었을 거라 생각된다. 코로나는 여전히 안 끝났다. 그래서 마스크를 끼고 치르는 ‘세 번째 수능’이다. 특히 이번 고3 수험생들은 고교 시절 내내 ‘코로나’와 함께했다. 오락가락이던 수업 방식을 따라야 했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의 슬픔이 미처 가시지도 않은 채 시험을 봐야 한다. 그랬기에 더 응원해 주고 싶다. "수고했어, 너의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김윤주 편집팀장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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