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1876년 브람스는 케임브리지대학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싶으니 영국으로 건너오라는 내용이었다. 세계 최고 대학의 제안이었지만 브람스는 망설였다. 배를 타기 싫어했고 영어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년 후 당시 독일 브레슬라우대학으로부터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이번에는 수락했다. 브람스는 그 답례로 ‘대학축전서곡’을 작곡해 대학에 헌정했다. 그리고 피아노곡을 따로 편곡해 평생 마음의 연인이었던 클라라 슈만의 생일 선물로 바친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은 지난 12일 투표를 통해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 4개 시·도를 2027년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이하 하계U대회) 개최지로 결정했다. 전 세계 150개국에서 1만 5,000여 명의 대학생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세계 스포츠계의 빅4 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브람스 스스로 ‘웃는 서곡’이라 명명했을 정도로 경쾌한 대학축전서곡이 바로 이 대회의 공식 대회가(歌)로 사용됐다.

하계U대회 충청권 공동유치는 메가시티 차원의 협력과 지역발전 비전 등의 강점이 이루어낸 값진 쾌거다. 무엇보다 4개 시·도의 체계적 준비와 지역은 물론 전 국민의 열망이 담긴 100만인 서명부가 개최지 선정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하계U대회 유치로 충청권은 전 세계에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대회가 끝난 2030년까지 약 200만 명이 지역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약 1만 7,000명 규모의 취업·고용 유발 효과와 최소 2조 7,000억 원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서구는 충청권 4개 시·도의 하계U대회 유치에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47만 서구민의 뜻과 마음을 모아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힘을 보탤 것이다. 대전에서는 개회식과 함께 4개 경기장에서 경영, 다이빙, 수구, 펜싱, 축구, e스포츠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어느 경기장에서 열리든 ‘우리 집 안마당’에서 세계적인 축제가 열린다는 심정으로 성공 개최를 위해 가용한 자원을 집중할 것이다. 이런 마음은 서구뿐 아니라 대전의 5개 자치구 모두 같으리라 생각한다.

하계U대회 유치는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의 스포츠 시설, 도로, 교통 등 인프라 확충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대회를 통해 청년들이 대전에 오래 머물며 자신들의 재능과 열정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기회에 서구의 청년과 인구 유입 정책이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점검해볼 계획이다. 청년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떠나는 곳이 아니라 미래 희망을 꽃피우기 위해 찾아오는 대전, 그리고 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마침 17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그동안의 노력과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바라며, 밝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시험장을 나섰으면 좋겠다. 오늘의 수험생들이 5년 후 하계U대회 개최를 준비하는 주역이다. 그들의 발걸음에도 늘 대학축전서곡이 울려 퍼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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