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왕철·충남본부 서천담당 부국장

"예산안 심사 시즌인데 간부 공무원들이 보이질 않는다."

예년 같으면 다음 연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의회 문턱이 닳도록 바삐 움직여야 할 때인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어느 군의회 관계자의 말에서 요즘 서천군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당(黨)이 바뀌진 않았지만 재선 군수를 밀어내고 새로운 군수가 탄생한 지 불과 4개월여밖에 안 지났는데, 그래서 공약 실현을 위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점인데 군수의 군정철학과 비전을 구체화할 공무원들이 움직이질 않는다는 건 그리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닌 듯 하다.

공직 내부에서도 심상찮은 기류가 흐르는 것 같다. 군수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직감적으로 느낀 일부 공무원들은 그 부담감 때문에 점점 소극적으로 변해간다는 말도 들린다. 심지어 "읍·면으로 내려가면 되지 뭐"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새로운 군수와 공무원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읽히는 대목이다. 물론 일부의 문제일 수 있지만 군 행정력에 누수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고 그래서 이 같은 현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군수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 공직을 가볍게 여기는 공무원 태도의 문제 모두 여기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의 몫으로 남는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지역민은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그간의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지역발전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거다.

이것이 표심이었고 이 민심은 지금은 유효하다. 그런데 이를 실현해야 할 서천군 행정에 활기가 없다는 건 ‘위기’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를 말해준다. 새로운 진단과 평가, 그리고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군수는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일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군정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거다. 군정엔 잠시의 쉼표도 허락되지 않는다. 군정이 잠시라도 멈추면 지역민 누군가는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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