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순용 ETRI 자율형IoT연구실 선임연구원

로봇(Robot)의 어원은 체코어의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 ‘Robota’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1920년 카렐 차페크가 지은 SF 문학작품인 R.U.R. (Rosu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사용했다. R.U.R.에서 로봇은 감정이나 영혼은 없지만 노동력은 인간을 뛰어넘는 특징의 인조인간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품에서 로봇은 인간을 대체해 노동을 하고 전투하는데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람의 일손을 덜어주는 장점이 있어 시장에서 매우 잘 팔리는 상품이었다. 로봇에 인간의 감정을 이식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인류를 공격하는 위협적인 존재로 변모하는 것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 아직까지 로봇은 사람의 통제가 가능한 제품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전술한 작품에서 정의한 바와 같이 인류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훌륭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로봇은 프로그램을 통해 정밀한 동작이 필요한 작업을 자동적으로 반복하도록 기계장치를 제어한다.

최근에는 인지와 판단 기능을 탑재한 로봇을 통해 단순 작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미지, 포인트 클라우드, 라이다와 같은 비전 센서를 활용해 로봇의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데 활용한다. 유니버셜 로봇(Universal Robots)과 같은 협동 로봇들은 예상하지 못한 힘이 로봇에 가해지면 자체적으로 정지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이러한 동작들은 과거에 비해 사람의 개입이 줄어들어 지능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지능형 로봇의 수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사람과 로봇이 한 공간에서 협력적으로 작업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자체적으로 작업의 효율성이나 위험성을 스스로 판단해 작업의 방해 요소를 회피하고 협력을 고려한 작업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해 작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자의 연구팀은 액션브레인 (ActionBrain)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액션브레인 기술 연구진은 전술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으로 비디오 표현학습을 통해 행동인식과 행동예측 기술을 연구한다. 행동의 제어를 위해 멀티에이전트 강화학습을 통해 행동제어 기술도 연구 중이다. 필자는 비디오 데이터에 대한 시간적 및 공간적(Spatio-Temporal) 특성을 학습하기 위한 인공신경망을 설계하고 성능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행동인식 기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기술은 로봇이 사람의 복합적인 행동 패턴을 분석해 작업의 효율성이나 위험성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 활용한다.

액션브레인 행동인식 기술은 세계 최대 로봇 학술대회인 IROS 2022의 행동인식 경쟁분야에서 원격지의 실제 로봇에 탑재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액션브레인 연구진의 행동인식 성능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봇이 사람과의 협업을 위해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것은 여전히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고 성공 조건이 제약돼 있다. 이에 따라 우리가 기대하는 지능형 로봇이 현실화 될 때 까지 넘어야 할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마주칠 난제들은 필자를 포함한 연구진의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에 성공해 향후 현실세계에 지능형 로봇이 자연스럽게 융화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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