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 충남과학기술진흥원장

과학기술, 그리고 산업과 경제에 관한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과학경제, 산업경제, 경제과학, 산업과학, 기술경제 등등, 합성용어 또한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활용 및 해석은 제각각이다. 여기서 혼재되어 사용하는 것은 자유지만 일반인에게 특히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기술이란 용어가 산업 및 경제와 합성되면서 산업 및 경제의 틀 속에 갇힐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과학기술자의 활동을 경제적, 상업적 가치로 평가하다 보면 모든 활동이 단기적인 성과나 수익 창출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선진 일류국가의 최초선도자로서 첨단 원천 과학과 기술, 그리고 미래사회를 이끌 중장기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따라서 저해할 수 있다.

필자가 속해있는 충남과학기술진흥원은 기관명에 과학기술 단어는 포함하고 있으나 산업과 경제란 용어는 없다. 이는 과거 선진제품의 모방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경제 및 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약해진 원천 및 미래 과학기술에 보다 중점을 두라는 뜻이다. 올해 2월 1주년 기념식에서 진흥원은 ‘충남지역의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중점 추진과제를 도출하여 실천함으로써 지역산업을 발전시키고 나아가서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과학기술 중심이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산업과 경제 용어를 활용하여 발표했다.

충남 과학기술혁신 실천과제로 4개 분야가 있다. 첫째는 자연현상의 관찰에서 나온 과학이론과 실험과 검증을 통하여 인류의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첨단 원천기술의 연구개발과 발굴이다. 미래반도체, 차세대 이차전지, 도시항공운송(UAM), 수중통신, 디지털트윈, 탄소제로, 바이오 신약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이러한 과학과 기술의 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 육성 및 유치이다. 초 중등학생부터 기업과 연구소 은퇴기술자까지 모두가 대상이다. 셋째는 미래 지역사회를 위한 지속가능한 충남과학기술혁신생태계 구축이다. 지자체의 조례 제정, 그리고 각종 규칙과 제도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넷째는 재정적 지원이다. 과학기술지원 예산은 특히 장기적인 전략과 목표하에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하며 도민 및 의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다.

플랫폼(Platform)의 사전적 의미는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이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SNS상에서 데이터 정보를 태우고 내리고 적당히 요리하는 공간을 플랫폼이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공한 구글, 애플,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 등이 등장하면서 플랫폼의 효과적인 역할이 핵심으로 등장했다. 위키피디아 세계백과사전에 의하면 정치, 사회, 문화적 합의나 규칙 등으로 플랫폼이 소개되기도 한다. 따라서 충남과학기술혁신 플랫폼 선언은 미래 충남을 위한 연구과제 및 콘텐츠 개발, 인재 육성 및 발굴,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 그리고 장기적인 예산확보를 위한 ‘승강장’으로서 혁신적인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충남과학기술진흥원의 영어 약칭은 CIAST이다. ‘씨아스트’로 발음하며 우리말 ‘씨앗’과 유사하다. 씨앗은 식물이 자라는데 기본물질이다. 과학기술은 미래 인류의 행복한 삶을 키워 가는데 필요한 ‘씨앗’ 역할을 한다. 씨앗은 곤충, 새, 바람, 물 등의 도움으로 꽃가루 관이 암술대를 뚫고 씨방 속의 밑씨와 만나 수정으로 어렵게 자라난다. 충남과학기술혁신의 씨앗도 플랫폼(승강장)에 자리를 잡고 풍성한 꽃과 열매를 맺을 때까지 잘 보살펴주어야 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역과학기술혁신법 2022년 12월 제정(안)은 법과 제도적으로 플랫폼의 운영과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CIAST 씨앗에 풍부한 영양분 공급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