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지난 일요일 아침, 날 깨운 건 ‘공포’였다. 남편이 "여보, 이태원서 사람 많이 죽었대. 형님 거기 가신 건 아니겠지?"라고 물었다. 그 말을 들으니 눈이 번쩍 떠졌다. 뒤이어 휴대폰을 확인하니 엄마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엄마에게 전화를 거니 서울 사는 오빠에게 하려다 잘못 누른 거라 하셨다. 그리고 아직도 오빠와 연락이 안 된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내려앉았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참사 뉴스를 보니 더욱 진정이 안됐다. 오빠에게 수없이 전화를 걸었다. 보이스톡도 걸고 카톡도 남겼다. 오피스텔 관리실 번호까지 수소문했다. 그럼에도 연락이 닿질 않았다. 결국 엄마·아빠는 서울을 올라갈 준비까지 하셨다. 그때 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무음으로 해놓고 늦잠을 잤다고 했다. 오빠와 연락이 안 됐던 그 두 시간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좋은 생각보다 나쁜 생각의 상상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그날 실감했다.

☞이런 일을 겪은 건 비단 우리 가족뿐만이 아닐거다. 이태원 참사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다. 2022년 대한민국, 그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재앙이다. 그것도 ‘압사 사고’다. 사망자 156명, 부상자 157명을 낸 끔찍한 참사다.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 대부분은 10~20대 청년들이었다. 그 수많은 청춘들을 허무하게 떠나보내야 했다. 그 희생자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다. 거리에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 영원히 주인을 잃은 유실물들은 눈물을 삼킬 뿐이다. 정말 그저 깨버리면 좋겠는 ‘핼러윈의 악몽’이다.

☞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너무나 크다. 목격자와 생존자들의 아픔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단 사실만으로 충격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이태원 참사에 투입된 소방대원이나 의사들의 트라우마도 심각하다.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 악몽까지 꾼다고 한다. 사실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뉴스를 보기가 괴롭다. 사고 현장의 모습은 그날의 고통이 남아있는 듯하다. 유가족이 오열하는 장면은 눈물을 참기 힘들다. 희생자들의 사연을 읽으면 먹먹해진다. 그저 멀리서 뉴스를 볼 뿐인데 너무 힘들다.

☞다시는 없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왜 사고가 터져야만 고치는 건지 모르겠다. ‘피로 쓰이는 안전 수칙’이라는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사실 이태원 참사도 막을 수 있었다. 사고가 나기 전 112 신고는 11번이나 있었다. 사고가 난 골목을 일방통행할 수 있게 통제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린 막지 못했고 잡지 못했다. 사실 서울은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다. 지옥철·타종행사·불꽃축제 등에서 인파에 치이는 게 당연한 곳이다. 그래서 무섭다. 과밀 환경에 경계심이 무뎌졌던 점이 무섭다. 물론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무조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권력의 안전한 통제는 필요하다. 이런 끔찍한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대비해야 한다. 비극은 항상 예고 없이 온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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