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대전본사 취재2팀장

[충청투데이 최정우 기자] 때는 바야흐로 2001년. 필자가 고등학교로 진학했을 때이다.

해마다 바뀌는 입시정책으로 대부분의 고교생이 혼선을 빚고 있을 무렵, 필자 또한 대학입시에 필수과목이라 불리던 외국어영역의 등급 상승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공교육 만으로는 등급을 한단계 상승하기 버거웠던 필자는 단과학원의 도움이 절실했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위해 부모님을 설득했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께 단과학원에 등록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평소 학습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단과학원을 통해 보완해야한다는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그동안 학습해온 과정을 다시한번 복습하면 되지, 중학생도 아닌 고등학생이 무슨 단과학원이냐는 부모님의 반대 의견과, 학습 커리큘럼에서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등급을 올려보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필자와의 실랑이가 2주간 이어졌던 기억이 남는다.

결국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듯 당시 월 35만원이라는 거금을 학원등록비로 지출하게 됐다. 이에 부모님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도 중요하니 열심히 해봐"라는 한마디를 건네며 학원비를 봉투에 담아주셨다. 필자가 21년 전 경험을 도입부로 끄집어낸 이유가 있다.

충청권 지방의회가 내년도 월정수당 인상안을 결정하며 이례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기 때문. 특히 대전의 경우 5개 구의회 월정수당이 평균 31% 인상됐고, 충북·충남 기초의회에서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보다 높은 인상폭이 결정됐다.

의정비 심의 법정 시한이 지난달 31일까지였다보니 대다수 충청권 광역·기초의회에서 ‘의정비 현실화’를 강조하며 내년도 의정비 인상안을 확정지었다. 의정비 인상은 장점과 우려점이 있다. 생계의 수단으로 투잡을 뛰지 않고 의정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월 의정비가 인상된다는 점은 선출직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안게 된다. 코로나19 시국 속 지역민들은 일상생활속에서 누려야 할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어려워진 경제 상황 속에서 웃음소리보단 한숨소리를 내쉬어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했다. 시민들의 곡소리는 여전히 커져만 가고 있는데 이들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의원들은 결국 월정수당 인상을 이뤄냈다.

일각에서는 형식적인 공청회의 여론수렴 기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과도한 인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떨쳐내기 위해서는 조명 받지 못했던 의회의 가치를 끌어올리면 된다. 다시 말해 집행부와의 날 선 신경전만 펼칠 것이 아니라 협력적 대응을 통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필자는 2001년, 월 35만원을 지출해 단과학원을 다녀야만하는 이유를 부모님께 설명했다고 적었다. 2주일간의 실랑이 끝에 적잖은 학원비를 건네주시던 부모님이 필자에게 ‘과정(학습법)’과 ‘결과물(성적)’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는 점도 설명했다. 물론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비가 필요했던 필자와 선출직 의원님들의 역할은 비교 할 수 없다. 그치만 이제 지역민들은 선출직 의원님들이 월정수당을 인상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시민(구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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