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상 청주시체육회 사무국장

맑고 푸른 하늘, 대지위의 만물이 성숙을 알리는 계절 완연한 가을이다. 그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던 한여름을 물리치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을 느낄 정도이니 만추에 가까이 온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이른 봄에 씨를 뿌리고 더운 여름에 잘 자라도록 땀 흘리며 가꾸어 이제는 알차게 잘 영근 알곡을 거두는 기쁨을 누릴 때다. 지금은 콤바인이 대세이지만 어릴 적에는 벼를 낫으로 베어 묶어서 햇볕에 말리고 발로 구르는 옛날탈곡기에 알곡을 털어서 방아를 찧었던 기억도 새롭다. 또한 과일, 콩, 들깨 등 각종 농산물을 수확하여 정리할 시기도 가을이라 가장 바쁜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의 전령사 길가의 코스모스 꽃이 바람에 한들거리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야산과 들판에는 들국화와 구절초의 노랑 하얀 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꽃을 싫어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나는 유독 코스모스 꽃을 좋아한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면 유난을 떨지도 않고 한들거리는 모습이 어서 오라고 마치 손짓을 하는 것처럼 느낌을 준다. 산과 들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각양각색으로 채색되어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 모습을 보며 시간 아니 세월에 흐름을 느끼며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봄에 피어날 때는 연한 연두색의 어린 싹이 어엿한 나무줄기와 잎으로 성장하여 이제는 녹색을 토해내며 나름대로의 형형색색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시내의 가로수는 주로 플라타너스로 심어져 있다. 매년 이맘때면 밤새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아침이면 도로에 한 가득이다. 어느 시민은 "낙엽을 밟아보는 것도 낭만인데 왜 떨어지는 즉시 치우느냐?", "떨어져 지저분한데 왜 빨리 안 치우느냐?". 공직에 있을 땐 민원도 참 여러 가지였다. 그래도 부지런한 환경미화원들이 새벽부터 고생한 덕분에 거리는 언제나 깔끔하다.

가을하면 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갈대와 억새이다. 요즘 무심천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온통 은빛물결로 출렁거린다. 갈대와 억새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이 즈음이면 어느 대중가수가 불렀던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이라는 노랫말을 흥얼거린다. 어쩌면 그리도 가을과 남자의 마음을 잘 표현을 했는지 가을 정취가 가슴에 녹아드는 노래다.

며칠 전에는 시골에 가서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주홍색 감을 여러 개 따가지고 왔다. 장대 높이에 닿지 않는 곳의 감 몇 개는 까치밥으로 남겨놓는 배려는 필수다. 일부는 껍질을 벗겨서 곶감으로 말리고 일부는 침을 담가서 먹어보았다. 맛이 기가 막히다. 내다 팔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이 가을에 글을 쓰다 보니 시나브로 가슴 시린 느낌이 벌써 겨울이 온 것 같다. 세월이 참 빠름을 실감하는 계절. 가는 세월은 고장도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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