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사실 우리 추억 대부분은 거리에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추억은 ‘맛있다’.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난 뒤 친구와 걸으며 먹었던 컵 떡볶이. 방방(트램펄린) 타러 가며 손에 들고 가던 피카츄 돈가스. 조금 컸다고 빨간 소스 발라서 먹던 라면땅. 학원 가는 길에 사 먹던 염통 꼬치. 그리고 추운 겨울, 마음까지 녹여주던 붕어빵과 풀빵 그리고 호떡. 그렇게 나는 거리에서 컸고 먹은 음식만큼 추억도 자랐다.

☞청춘도 거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학 시절, 돈을 아끼기 위해 길거리 포차에서 술을 마시곤 했다. 단골 떡볶이집은 특별했다. 떡볶이 위에 깻잎을 뿌려줬다. 깻잎만으로 소주 석잔은 마실 수 있었다. 그게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사치를 부리면 튀김을 시키곤 했다. 1000원에 3개인 튀김을 고를 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김말이, 오징어튀김, 새우튀김, 만두튀김, 잡채말이 다 맛있었다. 개중 큰 걸 고르려 집게를 바쁘게 움직이곤 했다. 그렇게 고른 튀김을 떡볶이에 버무려 먹으면 비싼 안주 부럽지 않았다. 거기에 어묵 국물까지 떠먹으면 금상첨화였다. 떡볶이·튀김·어묵 국물이 내 기준 ‘분식 삼합’이었다.

☞여전히 거리를 거리를 거닌다. 추워지니 붕어빵 점포가 하나둘 보인다. 거리에 추억이 쏟아져 나온다. 시린 코끝만큼 마음이 뭉클해진다. 반가움을 안고 점포에 들어선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격은 반갑지 않다. 1000원에 2개. 붕어빵이 아니라 ‘金붕어빵’이다. 멈칫하다 붕어빵 4개를 사 온다. ‘1000원에 5개던 시절이 있었는데’라고 회상하며 붕어의 머리를 문다. 붕어는 죄가 없다. 죄는 고물가에게 있다. 수입 팥, 밀가루, 식용유, 설탕 등 재룟값이 다 올랐다. 1000원에 1개짜리 붕어빵도 있다 하니 말 다 했다. 그리운 시절, 가격마저 추억이 됐다. 비싼 세상 길거리 음식마저 사치가 됐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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