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국회의원

지난 15일,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이중화를 위해 구축된 UPS(무정전 전원장치)에 쓰이는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해 소화가스 등이 작동했지만 결국 완전한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당국은 전원 차단 및 소방수 활용을 결정했다.

전원이 차단되면서 지상층에 있던 전산실이 모두 멈췄고 해당 전산실을 사용하던 카카오와 네이버의 서비스도 마비됐다. 네이버는 자체적인 데이터 분산 정책 덕분에 피해 분야도 적었고 복구도 비교적 빨랐지만 판교 데이터센터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카카오는 그야말로 모든 서비스가 멈춰버렸다.

어찌 보면 한 기업의 서비스가 멈춘 것뿐인데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마비되자 국민들의 일상도 큰 차질을 빚었다. 작게는 소소하게 일상을 공유하던 채팅들이 멈춰버린 불편함 정도였지만 콜로 영업을 하던 택시 기사, 카카오를 통해 주문을 받고 배송을 하던 소상공인, 가상화폐 거래소에 로그인하지 못해 거래를 못한 시민들까지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이번 화재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리며 많은 숙제를 남겼다.

데이터 이중화의 중요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고 우리 사회가 디지털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온라인 플랫폼이 불통이 되었을 때 국민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 생생하게 체감했다.그에 비해 관련 제도와 기준은 아직 미비했다.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사회의 심장과 같다. 이번 화재사건에서 보듯 데이터센터가 멈추면 모든 것이 멈춘다. 그래서 SK C&C는 정전에 대비해 무정전 전원장치를 구비하여 전력 공급 계통을 이중화했다.

그런데 정작 무정전 전원장치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력 공급 이중화 작업은 유명무실해졌다. 데이터센터 건물에서 각 층별로 전원 공급을 분산하는 작업은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네이버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데이터 백업 시스템을 분산하여 구축했지만 카카오는 백업센터를 가동하기 위한 시스템이 SK C&C 데이터센터 안에 있는 바람에 복구가 더뎠다. 카카오는 백업시스템 이중화와 분산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데이터센터를 구축함에 있어 이중화 등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나 규정이 없는 상태다. 필자는 얼마 전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도록 촉구했다. 명실상부한 이중화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점검 기준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판교에서 발생한 작은 스파크는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번 사건 이후 향후 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또다시 소를 잃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향후 어떤 대비책이 나올지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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