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우울증 확률 10배 이상 높아
삶의 질 높이는 것 암 치료 주요 문제
자신·가족에 분노 표출·불면증 호소
정신종양클리닉, 가족들도 상담·치료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재 교수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재 교수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30대 여성 A 씨는 3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이후 6개월마다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검진을 받는데, 문제는 암 재발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검진일 전날은 잠을 잘 수 없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주변에서 병원 이야기만 해도 날이 서고 화가 치밀었다. 차라리 재발 검진을 받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해 예정된 날짜에 검진을 거르는 일이 반복되자 주치의가 정신종양클리닉 진료를 권했다.

암환자는 몸에 이상 증상이 생기는 초기 증상부터 진단, 치료, 재발, 다시 치료 등의 과정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가 감당할 범위를 넘어서면 불안과 우울, 불면, 초조 등의 증상이 생긴다. 그런데 정신종양클리닉은 이러한 암환자가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인 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심리적 어려움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가족과 전문가의 정서적 지지가 무엇보다 필요한 암환자의 정신건강에 대해 단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재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암 환자의 정신건강 얼마나 심각한가?

연구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암환자는 일반인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올해 해외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자살 위험도가 일반인보다 85% 더 높다는 보고도 있다. 암환자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Q2. 암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제는 암 진단이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기발견, 수술뿐만 아니라 항암치료, 면역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암을 완전히 극복하거나, 또는 암과 같이 살아가는 암 생존자가 늘어가고 있다.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라는 말도 있다. 과거에는 암 치료의 목적이 생존기간을 늘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사느냐 즉,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암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Q3.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인 ‘NCCN’에서는 암 환자의 고통을 포괄할 수 있는 적절한 용어로 ‘디스트레스(distress)’를 선택했다. 치료가 필요한 디스트레스는 어떻게 선별하나?

디스트레스는 암 환자의 우울, 공황, 영적 위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연속적인 개념이다. 디스트레스를 선별하기 위해서 디스트레스 온도계를 사용한다. 0점이 ‘전혀 없다’, 10점이 ‘최고로 심하다’까지 11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4점 이상이 되면 중등도 이상의 디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유한다.

Q4. 암 환자의 정신의학적 증상은 무엇인가?

암환자는 진단을 받기 전과 이상 증상이 생기기 전부터 다양한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경험한다. 우울해하고, ‘재발이 되지는 않을까?’ 불안하고 초조해하면서 불면증을 호소할 수도 있다. 암에 걸린 것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과 가족에게 분노를 표현하기도 한다. 또 피곤하거나 무기력, 심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나 실제 자살 시도를 하는 때도 있다.

Q5. 정신종양클리닉에서는 어떤 치료를 하나?

암 치료가 끝난 사람들은 사회적, 경제적, 학업적 측면에서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뒤처지기 쉽다. 또 완치자들은 암이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신종양클리닉에서는 암환자에 대한 디스트레스 선별, 암의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안, 통증, 기분 변화에 대한 치료, 암환자 가족들의 우울, 불안, 정서적 어려움을 상담하고 치료한다.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 교육,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비약물적 인지행동치료, 필요하면 불안, 우울, 불면증에 대한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Q6. 암 환자의 가족도 치료 대상인가?

그렇다. 암으로 진단받게 되면 그 고통은 환자만의 고통이 아니라 환자 가족 전체가 짊어지게 된다. 옆에서 가족이 힘들어하고 때로는 암 진단 후 생길 수 있는 비난과 분노가 가족들에게 향하기도 한다. 암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우울, 불안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 암환자를 일차적으로 신체적, 정서적으로 지지해 줄 사람은 바로 가족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암환자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파악하고 도와주는 것도 정신종양클리닉의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암환자 중 절반 이상이 불안이나 우울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선입견이나 인식의 부족으로 인해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치 ‘암에 걸렸는데 잠을 못 자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정재 교수는 "암치료는 마라톤과 같다. 암치료라는 마라톤을 뛰면서 만날 수 있는 좌절과 절망, 두려움을 잘 극복하고 가능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정신종양클리닉을 찾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도움말=단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재 교수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의학상식 키우는 YES or NO]

Q. 정신종양클리닉 치료를 받은 암 환자가 그렇지 않은 암 환자보다 치료 성공률이 높다?

YES! 암환자가 겪을 수 있는 우울증은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고 암세포의 생성과 전이의 확률을 높인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울증이 있으면 의료진의 지시대로 항암치료를 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어려움을 잘 견디고 따라갈 수 없게 만들어 효과적인 치료에 방해 요인이 된다.

Q.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자기 전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NO! 운동하는 것이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다. 다만 잠들기 전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이완되지 못하고 흥분돼 잠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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