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빈·대전본사 취재1팀 경제담당 기자

계란 10구짜리 한 판, 두루마리 휴지, 물티슈, 라면…. 자취생으로서 안 살 수 없는 필수품이 줄줄이 몸값을 올렸다. 동네 마트를 한 바퀴 돌면 금세 5만원이 빠져나갔다. 많지 않은 월급에 줄줄이 새나가는 고정 지출이 당혹스러웠다.

월세와 관리비만 해도 벅차는데 자꾸만 돈이 새나갔다. 가끔 본가에 가면 햄과 식용유 따위를 훔쳐(?) 왔다. 자취를 하면 꼭 사고 싶었던 턴테이블은 사치 중의 사치였다.

안 그래도 지갑 사정이 안 좋은데 그나마 가진 자산은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남들 다 하길래 조금 사봤던 비트코인은 수익률 -89%를 달성했다. 주식도 마찬가지였다.

불확실함을 싫어하는 성격 덕에 대부분의 자산은 예·적금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금리 인상기가 시작됐다.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때마다 대출 금리는 물론이고 예·적금 금리도 요동쳤다. 기존 들어 놨던 예금 금리가 연 3.6%였다면 최대 4.5%까지 인상되는 식이다. 예·적금 환승 고민도 깊어진다.

여기까지는 내가 가늠할 수 있는 정도의 어려움이다. 취재 현장을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출 이자를 월 120만원 정도 냈는데 금리가 오를수록 월급만큼 이자를 내야 한다는 푸념도 있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을 때 ‘영끌’한 2030세대는 물론이고 지역민과 소상공인들은 각자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를 빚으로 연명해온 지역 기업들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에 허덕인다.

‘위드 코로나’ 이후 잠시간 회복한 소비심리는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거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취약 계층의 부실 대출이나 소상공, 소기업 등의 경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의 어려움은 비단 일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물가와 금리가 무서우리 만큼 오를 때 개인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신용 부실 위험이 높은 청년층과 고령층을 비롯한 계층별 리스크 관리 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홀로서기를 겪고 있는 2030세대가 불경기에 위험을 혼자서 떠안지 않도록 더욱 세심히 챙길 필요가 있다.

영끌 열풍의 주역이었던 2030세대가 올바른 경제관념을 익히고 체계적으로 미래 설계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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