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지난 토요일, 기자 체육대회가 한창이었다. 사정상 오지 못한 후배에게 중계를 해주고 있었다. "OO가 팔씨름 우승했어" . 그러나 그 메시지는 가지 못했다. 자꾸 새로고침을 뜻하는 화살표와 빨간 X(엑박)만 뜰 뿐이었다. X 표시에 오기가 생겨 자꾸 눌러도 마찬가지였다. 휴대폰이 문제인가 싶어 모바일 데이터를 껐다 켰다 반복했다. 그래도 똑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검지로 휴대폰을 연신 눌러대고 있었다. ‘카톡 오류’였다. 잊을만하면 또 터지는 그 오류였다.

☞좀 지나서야 데이터 센터가 불난 걸 알았다. 금방 복구될 거라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가지 못한 카톡이 꼬리를 내린 채 쌓였다. 급한 연락은 전화나 문자로 할 수밖에 없었다. 불편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카톡은 계속 ‘묵묵부답’이었다. 뒤풀이 회식이 끝난 뒤 집 가는 것도 걱정이 됐다. 카카오T에 익숙해진 탓이었다. 이제껏 택시도, 대리운전도 다 카카오로 불렀었다. 지나가는 택시를 찾아 겨우 집에 왔다.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려 노래 앱 ‘멜론’을 켰다. 로그인이 안 됐다. 아, 또 카톡이었다.

☞카카오는 카카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 걸렸다. 지갑 대신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결제를 할 수가 없었다. 결제와 씨름하는 통에 손님도, 가게 사장들도 짜증 나는 시간이었다. 카카오톡으로 선물 받은 쿠폰들도 무용지물이었다. 카카오 플랫폼 입점 가게들도 예약을 받을 수 없었다. 가상화폐를 못 팔아 손해 본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카카오 대여로 킥보드를 빌렸다 반납을 못해 요금 50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포털 ‘다음’도 먹통이라 받아야 할 업무 메일을 받지 못했다. 정말 카카오가 없으니 되는 게 없었다.

☞터지고 나니 알았다. 우린 ‘카카오 공화국’에 살고 있었다. 정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카카오의 노예’가 됐다. 그저 한 회사에 불이 났을 뿐인데 대한민국 전체가 마비됐다. 그런데 우릴 지배하는 카카오는 사고 대비조차 없었다. 데이터 분산 백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카카오는 대표 사퇴까지 하며 고개를 숙였다. 데이터 센터 건립 계획까지 내놨다. 항상 왜 일이 터져야 바로잡나. 처음부터 잘하면 안 되나. 우린 카카오톡, 아니 카카오‘독’에 갇혀 있었다. 독점의 ‘독(毒)’이었다. 대한민국의 허점을 노출한 기분이다. 카카오, 아니 대한민국을 바로잡아야 한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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