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바야흐로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축제도 열리고 동네마다 소규모 축제도 줄을 잇는다. 규모와 무관하게 축제의 관건은 얼마나 사람이 많이 모이느냐다.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축제 고유의 브랜드와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이맘때면 충남도에서 정책기획관을 거쳐 문화체육국장으로 일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충남도지사였던 고(故) 이완구 지사께서는 백제문화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키우고 싶어 했다. 담당 국장으로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감을 갖고 차근차근 밑그림을 그려갔다. 우선 축제의 목표를 분명히 하기 위해 백제문화세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콘셉트를 ‘해상왕국 백제’로 설정했다. 이러한 목표와 콘셉트에 부합하도록 기마군단 행진과 같은 대규모 행사를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화려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축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스토리, 킬러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래서 추진한 게 바로 공주·부여 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였다. 시작은 막막했지만, 8년 후인 2015년 전북 익산까지 포함해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라는 값진 결과로 이어졌다. 마침 대전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 개막일인 지난 14일은 이완구 전 지사께서 별세한 지 1주기가 되던 날이었다. 축제장에서의 마음이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대전 서구에서도 크고 작은 축제가 열렸고, 또 열리고 있다. 도마달 그림마을축제, 반달마을축제, 선사마을축제 등에 이어 이달 안에 갈마골 단풍거리축제, 우리가 그린(green) 안골축제, 괴정골축제 등이 열린다. 축제장에서 만난 동네 주민들이 흥겨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덩실거린다. 물론 아쉬움도 없지 않다. 동네마다 비슷한 내용과 형식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주말에는 서구의 대표 축제인 2022 대전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이 열렸다. 16일까지 3일간 서구청 앞 보라매공원과 샘머리공원은 단풍보다 먼저 문화와 예술의 오색 빛으로 물들었다. 가수 공연과 작가들의 전시회, 빛 터널 등을 감상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의 모습은 더 울긋불긋했다. 마지막 날 무대에 오른 청년들의 댄스 공연도 인상 깊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 모습을 보며, 청년들이 오랫동안 머물고 열정을 발산하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 역시 대전을 넘어 전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로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메인 무대의 위치나 방향과 같은 세세한 부분부터 축제의 방향과 지향점, 무엇보다 킬러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져야 한다. 축제가 끝난 뒤 우리가 할 일이다. 축제를 빛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내년에는 더 내실 있는 축제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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