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센터장

9월 투자, 제로(zero). 국내 바이오전문매체인 바이오스펙테이터의 자체분석에 의하면 지난 4년간 집계 이래 최초로 9월 국내 비상장 바이오기업 투자는 한 군데도 없다고 발표했다. 시장침체는 고스란히 투자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투자절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도 7.68조원의 벤처투자를 기록하면서 전년도에 비해 78%가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비중은 21.9%(1.68조원)를 기록하며 투자에 끝이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상장 바이오기업의 주가하락과 상장부진 등으로 벤처캐피탈들이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를 관망하면서 올해 상반기는 6758억원이 투자되는데 그쳤다. 투자환경이 급속히 얼어붙으니 외부 투자금으로만 운영돼 오던 바이오벤처들이 투자가 막히자 곧바로 곡소리가 나는 이유다. 최근 상장을 추진 중이던 한 기업은 40%에 육박하는 수준의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원인은 다양하다. 장기간의 코로나상황에 직면한 경기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 위축 등이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코스닥상장의 문턱이 높아짐에 따른 투자자들의 투자회수 방법이 사라짐에 따른 투자위축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유망 기술보유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상장기준을 완화해 주는 제도이다. 기업이 매출이 없어도 사업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혁신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향후 매출계획을 뒷받침 할 근거가 확실한 경우 상장될 수 있어 바이오벤처들의 유일한 투자회수의 방법이다.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의 경우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1상과 임상 2상을 진행하고 독성이 없고 약효가 입증되면 다국적 제약기업에 기술수출을 통해 매출을 실현할 수 있어 대부분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진입한다. 문제는 신약개발의 핵심과정인 임상실험에 있다. 아무리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전임상)과 임상실험을 진행한다고 해도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러한 신약개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 상장바이오기업의 임상실패가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코스닥시장의 문턱을 높이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투자를 꺼리는 산업분야로 전략한다면 바이오벤처들이 고사할 수 밖에 없다. 아이디어 창업으로 제품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수익을 창출하는 여타의 벤처기업과는 다른 바이오벤처의 신약개발과정을 잘 이해한다면 단순히 상장조건의 벽을 높이는 것으로 도덕적해이를 잡을 수는 없다. 그러한 기업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신약개발에서 임상실험은 아무리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데이터를 제시해도 실패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임상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항암제의 미국에서의 임상2상 또는 3상 비용은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최근 상장된 한 바이오벤처는 후속 투자유치가 어려워 글로벌 임상 일부를 포기하자 큰 폭의 주식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어려운 임상실험의 결과를 제시해 가능성을 제시해야만 상장되고 투자유치가 가능하다면 신약개발 벤처기업은 버티기 어렵다. 투자유치를 통해 위험이 있는 임상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하루 빨리 기술특례상장제도의 원래의 취지에 맞게 철저한 기술성평가로 상장시키고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래야만, 임상실험을 위한 투자가 가능한 투자시장 환경이 된다. 민간 벤터투자사가 투자가 어려운 국내외적 환경이 됐다면, 공공 투자펀드를 조성해 투자가 이루어 지도록 해야 한다. 작은 벤처기업이 큰 기업의 사업조직으로 합병되는 인수합병시장의 활성화도 회자되고 있고 사례도 생기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2000년대 바이오벤처 창업붐으로 겨우 글로벌 시장에서 어께를 나란히 하는 기술혁신 기업들이 탄생했으나 창업이 시들해지고 창업된 기업마저 고사하게 된다면 미래 먹거리의 대명사인 바이오산업의 부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겨우 불씨를 살려 활활 타오르려고 하는데 찬물을 끼얹지는 말아야 한다. 바이오산업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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