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소연 ETRI 홍보실 행정실무원

문화는 한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이 공유하는 생활 전반의 양식을 의미한다. 구성원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화’를 덧붙인 조어들의 홍수 속에서 유독 ‘과학문화’에 대한 대중의 진입 장벽은 높다. 정작,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과학을 전문적 학문의 영역으로 즉, 전문가의 전유물 분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이 보편적 가치로 향유되고 누구나 접하기 쉽게 대중화되며, ‘과학문화’가 경험재가 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것일까?

필자는 ETRI 정보통신체험관 운영을 담당하면서 한 명의 초등학생 방문객이 생각난다. 양자역학과 양자의 정보 단위인 큐빗(Qbit)에 대해 질문한 내용을 잊을 수 없다. 질문 그 자체에 대한 난이도에 한번, 학생의 과학에 대한 관심도에 두 번 놀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은 그 전 세대의 학생들보다 기술적으로 진보된 내용을 접하며 과학에 대해 학습하고 있다. 또, 주변 문방구에서 쉽게 각종 센서를 구입해 아두이노 프로그램으로 척척 발명품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대중의 인식 사이에서는 조금씩 간극이 벌어지고 있음을 몸소 느낀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과학 문해력을 기반으로 과학적 소통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학교의 역할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의 대중화와 과학문화 확산을 목표로 과학문화도시 육성과 광역지자체별 지역거점센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광역시에서도 ‘과학의 도시’라는 지역의 타이틀에 걸맞게 과학 관련 프로그램들을 출연연과 협업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고도화되고 과학문화가 다양해진 현시점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과학문화 확산에 효과성을 높이는 장기적으로 시행 가능한 대표 사업모델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일회성이거나 단일 행사로 그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소속된 연구자 중 소통을 잘하는 연구자를 발굴해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기관이라 생각한다. 최근 소통능력이 뛰어난 젊은 층에서 과학문화 전문인력을 꿈꾸는 인력이 혜성처럼 등장하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과정도 이에 따라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실제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대중의 언어로 바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과정을 신설하거나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전문교육과정의 확대도 요구된다. 고경력 퇴직과학자의 활용도 좋은 사례라 여겨진다.

현재 우리는 다양한 방법과 채널로 소통해야 대박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기술의 중심에서 소통과 협력을 주도하는 것이야 말로 과학기술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 많은 미래 꿈나무, 예비 연구자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의 재미와 의미를 알려야 한다. 그렇기에 과학문화 확산이 널리 필요한 것이다. 또한, 과학문화를 밀접하게 접하며 대중들이 과학적 사고를 갖춘다면 유사과학이나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더욱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과학문화가 경험재가 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출연연 이외에도 국민적인 성원과 관심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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