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신 대전중구청장

최근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의 성장기를 담은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며 종영했다. 드라마의 인기만큼, 명대사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중증 자폐 스펙트럼) 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한 번은 만나보고 싶었어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등 드라마 전개 상황에 맞는 알맞은 대사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밝고 따뜻한 힐링을 선사했다. 특히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라는 대사는 생각지 못한 시점에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누군가에게 봄날의 햇살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2년 넘게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져 있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삼고(三高)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경제적 위기를 겪으며 꽁꽁 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달 대전 곳곳에서 의미있는 지역 축제와 문화행사가 열렸다. 어느 한 축제나 행사에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도 예상됐으나, 모든 축제 현장마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우리 중구도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뿌리공원에서‘제13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를 개최했다. ‘효로 통하는 세상 효통1번가’라는 주제로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35만 6천여 명이 방문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 축제의 성과를 3가지로 정리하면 △카자흐스탄 고려인 15분 방문 △효와 뿌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 진행 △외부업체를 활용한 먹거리장터와 소상공인 플리마켓 현장 운영이다. 카자흐스탄 고려인 15분의 방문은 효문화뿌리축제의 세계화를 이루어 낼 초석이 될 것이며, 효와 뿌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어르신부터 청소년, 어린이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를 이루었다고 자부한다. 마지막으로 외부업체를 활용한 먹거리장터와 소상공인 플리마켓 현장 운영은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동안 먹거리 부스는 각 동의 부녀회원, 통장님 등 주민들의 손맛으로 준비해 뿌리축제만의 매력을 뽐냈으나, 함께 즐겨야 할 축제가 음식 준비로 인해 ‘함께’가 아닌 ‘일부’만 즐기는 축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올해는 20여 개 업소에서 분식류부터 치킨, 파전, 국밥 등 30여 개 메뉴를 판매하고, 커피, 생과일주스 등 맛있는 음료는 푸드트럭에서 준비했다. 지난해 지역 소상공인 회복을 기원하며 온라인 판매를 진행한 ‘만복장터’는 소상공인 플리마켓 ‘좋은날’로 돌아왔다. 소상공인의 좋은 제품을 전국에 소개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현장 판매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필자가 현장을 다니며 만난 축제에 참여한 업주들은 오랜만에 코로나19 전의 매출액을 달성하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확실히 사람이 모이니 소비가 늘었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 은행동, 대흥동 일원에서 펼쳐진 ‘0시 뮤직페스티벌’에도 5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리며, 발 디딜 곳이 없었다. 행사장 일원의 원도심 상점가 상인들이 오랜만에 큰 매출을 올렸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담은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달 14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UCLG 총회’에도 많은 관람객이 찾아 지역 상권이 큰 힘을 주었고, 일부는 중구의 뿌리공원을 방문해 한국의 가을 정취를 즐기기도 했다.

아직 코로나19가 끝난 것도, 세계 경제가 회복된 것도 아니다. 축제를 며칠 했다고 지역경제가 다시 살아났다, 상권이 회복됐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이번 축제가 봄날의 햇살이 되어 얼어붙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 준 역할을 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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