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제공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목요일이 좋다. 이유는 정말 소박하다. 목요일에 방영하는 한 프로그램 때문이다. 바로 ‘심야괴담회’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호불호가 갈린다. 괴담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인지라 어쩔 수 없다. 등장인물도 대부분 ‘귀신’이다. 호러물이 싫은 사람은 질색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꽤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 겁이 없는 성격도 한몫하지만, 하나의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거다. 고로 괴담은 그저 흥미로운 드라마 같은 것일 뿐이다. ‘뉴스’보다 무섭지 않다. 그리고 괴담을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사연 없는 귀신은 없다. 대부분 억울한 죽음을 당했거나 한이 쌓여있다. 여기선 나름 ‘권선징악’도 있다. 가해자들이 어떻게든 천벌을 받는다. 악몽을 꾸거나 귀신에 시달리다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사실 뉴스보다 나은 결말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심야괴담회에선 간혹 실제 사건을 다루기도 한다. 그게 더 무섭다. 귀신 보다 사람 이야기가 두렵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현실이 더 공포다. 물가가 날뛴다. 카트에 뭘 채우기가 무섭다. 식당에서 술 시키기가 겁난다. 늘 태연한 척 메뉴판으로 눈알 굴리기를 시도한다. 코로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해이해진 마음마저 무섭다. TV에선 누군가 죽고 죽이는 뉴스가 연신 보도된다. 그런 와중에 정치인들은 싸우느라 바쁘다. 둘이 똑같은 데 서로 이상하다며 싸운다. 그 광경이 유치해서 유치원인지 국회인지 헷갈린다. 북한에선 심심하면 미사일을 쏘아댄다. 팔자에도 없는 이민 생각까지 든다. 진정한 공포는 정말 가까이에 있다.

☞그럼에도 그 공포를 극복하려 애쓴다. 작은 것에 행복하려 노력한다. 물론 쉽진 않다. ‘울화통’ 인생인지라 화나는 일 투성이다. 그냥 그래도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 힘쓴다. 마치 목요일의 ‘심야괴담회’ 같은 거다. 얼마 전, 충남에 일이 있어 가다 놀라운 현수막을 발견했다. 바로 ‘드라이브스루 호떡’이다. 커피·진료소·직거래 장터 등등 수많은 드라이브스루를 봐왔지만 이건 ‘참신한 충격’이었다. 이걸 기안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정말 귀엽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같은 생각을 했는지 그걸 보는 사람마다 한 번씩 웃곤 했다. 그래서 요 며칠은 화나거나 우울할 때마다 그 호떡집을 떠올린다. 그럼 웃어 넘기게 된다. 인생은 공포 속에서 소소한 행복으로 담력을 쌓아가는 그 과정이 아닐까. 오늘은 내 웃음벨인 호떡집을 향해 건배!.

김윤주 편집팁장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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