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상 청주시체육회 사무국장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지나갔다. 명절하면 예나 지금이나 마음이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어릴 적에는 새 옷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다림으로 성장해서는 부모 형제자매와 보고 싶은 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기다려지기도 한다. 또 온가족이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그동안 못다 한 얘기도 나누고 웃음꽃도 피우는 그야말로 이보다 마음이 더 풍요로울 때는 없을 것이다.

이번 추석명절은 코로나19의 여파로 2년여의 거리두기 끝에 거리두기 없는 명절로 이동하는 귀성객이 많아서인지 고속도로 등 전국의 도로가 혼잡해 몸살을 앓기도 했다. 그래도 고향 가는 길은 차가 아무리 밀리고 막혀도 마음만은 언제나 넉넉하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가 독자인지라 삼촌이 없는 관계로 명절 때나 평상시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명절 때 다른 친구들은 삼촌도 오고 사촌 형제들도 와서 식구들이 북적북적 했다. 명절이래야 올 손님도 없는 우리 집은 그런 모습이 많이 부러웠던 시절이었다. 추석빔으로 추석날에 입을 새 옷이나 새 신발을 기다리며 추석을 고대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원하는 옷과 신발을 여건만 되면 얼마든지 입고 신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명절날 설빔, 추석빔으로 장만해서 아끼다가 명절날부터 새것으로 입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차례를 지내고 조상 묘에 성묘를 갈라치면 아버지와 형제들이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의 열병식도 받고 비포장 시골길을 걸으며 못 다한 이야기도 하며 성묘를 다녀왔지만 승용차로 달려서 성묘를 하는 바람에 예전같이 정감이 가질 않는다. 성묫길 산길에는 산밤나무가 몇 그루 있어 밤을 주워왔지만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빨라서 인지 영글지를 않아 알밤을 줍는 추억은 눈에 담지를 못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집집마다 담가놓은 동동주 시식회도 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도 가졌지만 이제는 동동주를 담그시던 어르신들은 대부분 돌아가셔서 친구 집 동동주는 맛 볼 수가 없었고 우리 집 동동주 맛만 볼 뿐이다. 자식이 동동주를 사랑하는 탓에 은퇴를 할 나이에도 어머니의 술 담그는 실력은 여전하시다. 그 많던 친구들도 부모가 안 계신 시골에는 오지 않고 도시에서 보낸다고 한다. 그들이 없는 몇몇 친구들과의 술 한 잔으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본다.

시골에 추석 다음날에는 동네별 화합잔치로 초등학교 운동회가 열리기도 하고 학교별 동문회 체육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옛 모습, 옛 정취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녀오기가 바쁘게 차 밀린다고 자기 생활근거지로 모두들 바삐 가기 때문이다.

올해도 명절 전날 온가족의 풍성하고 가득 찬 명절 분위기와 달리 속절없이 어르신들만 남겨놓고 모두가 떠난 시골은 적막강산 그 자체이다. 이제는 예전의 시골 추석명절 풍경도 추억 속에서만 더듬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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