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시작은 사이렌 소리였다. 집을 나서려던 순간 ‘새빨간 울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한동네 사는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는 아울렛에 불이 났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창문으로 타는 냄새가 들어왔다. 밖에 나와보니 소방차들이 연이어 달려가고 있었다. 아울렛 쪽을 바라보자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의 동네 관평동이 화염에 휩싸인 듯했다. 큰불이 아니길 바랐지만 검은 하늘이 불길했다. 근처에 다다르니 급박함이 느껴졌다. 소방대원들의 다급함이 느껴졌다. 제발 인명 피해가 없길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야속한 숫자는 늘어갔다. 1명이던 희생자는 어느새 7명이 됐다. 1명의 중상자도 있었다. 불은 지하주차장 1층에서 시작됐다. 탄내가 난지 불과 20~30초 만에 검은 연기가 피었다. 하역장에 쌓여있던 종이박스는 불길을 키웠다. 그리고 유독가스를 뿜었다. 주차장을 메운 검은 연기는 희생자들의 눈을 가렸다. 유독가스는 희생자들의 코를 막았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저 출근을 했을 뿐이었다. 이런 비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게 희생자들은 영원히 퇴근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무너졌다. 희생자 유족들에겐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 희생자 중엔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30대 신입사원도 있었다. 그는 홀로 아버지를 모시던 착한 청년이었다. 퇴근시간을 불과 1시간 남기고 일어난 비극이었다. 또 희생자 중엔 평생 가족을 위해 고생만 하던 형이자 아버지도 있었다. 또 중상자는 동료들의 대피를 돕다 끝내 화마에 쓰러졌다. 28일 희생자의 첫 발인이 있었다. 믿기지 않는 이별에 가족들은 눈물만 흘렸다. 화마는 악독했고 흔적은 처참했다.

☞우리는 항상 뒤늦게 후회를 한다. 항상 사건이 터졌을 때만 열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늘 약속한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라는 다짐은 늘 들려온다. 하지만 참사는 또 일어난다. 그렇게 다짐 또한 되풀이된다. 이번 아울렛 참사 또한 막을 수 있었다. 지하주차장엔 제연설비가 없었다. 제연설비는 유독가스를 차단·배출해 준다. 매연도 희석시켜준다. 그러나 그 주차장엔 유독가스를 단순히 건물 밖으로 배출해주는 배연설비만 일부 설치돼있었다. 현행법상 지하주차장은 제연설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의무가 아니기에 전무했다. 믿었던 스프링클러마저 제대로 작동했는지 아직 알 수 없다. 언제까지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처음 겪는 재앙인 듯 황망해만 할 것인가. 불과 2년 된 건물에서 일어난 참사다. 다른 곳들도 면밀히 살피고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안타까운 희생에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비극’이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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