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현 사단법인 대전민예총 이사장

다사불란(多絲不亂)이란 여러 가닥의 실이 헝클어지지 않고 각각의 위치에서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대전시립예술단의 운영 방향과 활성화 방안 중 대전시립예술단를 포함한 국공립예술단에 대한 몇 가지 所感이다.

첫째, 예술단의 설립목적과 법제화. 현재 예술단이 가져야 할 ‘공공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뚜렷하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 역시 정략적 구호에 불과하다. 단체를 평가할 때 단체가 요구하는 수준의 업무를 수행할만한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현행 법령에서 공공예술단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례가 규정하고 있더라도 관련 법이 없어 노동 법규와도 충돌되는 지점이 많다.

둘째, 지역 예술생태계와 상생. 시민들이 다양한 창의성과 문화적 능력을 키우고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을 예술을 통해 소통함으로써 사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지역 문화 예술생태계 차원에서 예술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평정제도. 예술단의 가치나 공연의 앙상블 및 사업목적에 대한 공적 역할에 대한 평가, 지속적인 역량 강화의 동기가 되는 것보다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평정제도는 조직의 목표달성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개별단원들의 집단적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국공립예술단에게 적용할 수 있는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표준화된 평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평정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단원들과 협력, 리더십에 의해 집합적으로 창의성이 발현될 것이다. 그리고 예술단원 간의 협력과 창의성의 상호작용은 직무몰입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넷째, 독립법인. 자율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독립법인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법인화되면 예술의 공공성과 예술성이 훼손될 수 있으며 시민의 예술 향유권을 침해, 예술성이 높은 공연의 위축, 경영 자율성과 공공성 축소를 우려한다.

예를 들어 국립발레단은 지방공연 횟수가 1/4 정도, 국립합창단은 1/3이 줄었다. 사업예산의 증가에 따른 공연수익과 관객의 증가, 조직구조의 개편과 같은 내용은 굳이 법인화를 하지 않아도 이룰 수 있다. 무엇보다 법인화의 조건으로 구성원의 합의와 공공성 유지,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 예술단 중심의 법인화 추진이 꼭 필요하다.

다섯째, 예술인의 정년 이후. 예술 아카데미는 경력 단원들이 다양한 유형의 교육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하는 모델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예술단 행정과 같은 직역으로도 전환할 수 있는 창구도 필요하다. 노동자의 전환배치를 위한 재교육의 일환으로 예술단 업무의 다원화와 함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서로 갈등하고 다투는 일이 흔하다. 지역 예술은 문화민주주의로 발전하기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는 ‘다사불란(多絲不亂)’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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