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022년 1월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시행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의 다양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다양화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음에도 아직까지는 지방자치 단체장, 지방의원, 주민 입장 사이에서 기관구성 다양화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다양화의 의의가 지방분권의 강화 속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구성 자치권의 확보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구성원의 시각에서 구성 자치권 강화를 위해 주민의 직접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지방의회·집행부 형태의 기관구성 형태에 변화를 줄 동기가 없어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기관구성 형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구성 자치권을 부여하는 제도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한 지방정부의 기관구성 형태가 존재하는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치헌장의 제정을 통해 기관구성 형태를 선정하는 미국 지방정부의 경우, 다양한 기관구성 형태가 단순한 주민의 기관구성 선택권 보장이나 구성 자치권의 행사로 인한 결과물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미국 지방정부의 기관구성형태는 주민들이 시장과 의회를 직접 선출하는 기관분리형이 대부분이었다. 지방정부의 기관분리형 구조는 집행부와 의회를 각각 설치하여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 구현을 통한 민주주의 실현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지방정부는 개혁의 시대에 놓이게 된다. 산업화로 인해 도시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방정부가 처리해야 할 업무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으며 이를 위한 조직·인력의 효율적 관리가 가장 중요한 이념으로 등장하였다. 이에 더해 확대된 지방정부의 임무수행을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이를 위해 더 많은 조세의 부과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늘어나는 임무를 충당할 만큼의 충분한 조세 징수가 어려웠으므로 지방정부는 조직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스스로의 개혁을 시도하게 된다. 이러한 개혁의 산물이 개혁된 형태의 지방정부 즉, 기관통합 형태의 구조였다. 정치인인 선출직 시장을 대신하여 경영전문가인 시정관리인을 선임하고 지방의회가 이를 통제하도록 하는 형태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지방정부의 운영을 꾀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눈여겨볼 점은 미국 지방정부의 기관구성 다양화 추진과정에서 기관구성 선택권이나 구성 자치권 등의 논의보다는 지방정부가 처한 사회·경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방정부의 기관구성 형태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주민이 낸 조세의 효율적 관리를 통한 지방정부의 임무 수행이라는 효율적 정부 운영의 추구가 가장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의 다양화가 출발점에 섰다. 비록 기관구성 다양화를 위한 동기가 다르고 역사적·문화적 배경 또한 다르지만 미국 지방정부 기관구성 다양화의 전개 과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다양화 추진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본다. 결국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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