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과거에 우린 무지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 속담을 인용해 누군가의 짝사랑을 응원하기도 했다. 물론 그냥 ‘짝사랑’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걸 넘어 상대방에게 ‘불안’이나 ‘공포’를 주었다면 범죄다. ‘좋아서’ 한 행동일지라도 상대방은 ‘싫을 수’ 있다. 그리고 싫다는 걸 계속하는 건 ‘범죄’다. 고로 열 번 찍는 건 그저 범죄다. 그건 끈기가 아니라 집착이다. 그저 병이다. 그리고 열 번 동안 안 넘어갈 정도로 정말 싫은 거다.

☞얼마 전, 서울 신당역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한 역무원이 여자 화장실에서 살해된 것이다. 살해범 전주환은 피해자와 서울교통공사 동기였다. 살해범의 스토킹은 3년 전부터 시작됐다. 만나달라 독촉했고 거부하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피해자를 괴롭게 한 연락은 ‘350여건’을 넘었다. 결국 고소로 이어졌고 살해범은 직장에서 직위해제됐다. 하지만 법의 심판은 가벼웠다.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라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그래서 스토킹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는 다시 한번 고소를 하게 된다. 검찰은 징역 9년을 구형했고 15일 선고가 예정돼있었다. 그러나 그 하루 전, 피해자는 살해됐다. 치밀한 계획범죄였다. 피해자는 그렇게 자신의 일터에서 영원히 퇴근하지 못하게 됐다. 겨우 28세, 청춘이 잔인하게 졌다.

☞이런 범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도 있었다. 이는 살해범이 게임에서 만난 여성이 만나 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사건이다. 이 일로 변화는 있었다. 22년간 묵혀있던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이 법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구멍은 있었다. 이 법엔 ‘반의사불벌’ 조항이 존재한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거다. 이는 되레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신당역 살해범도 그랬다. 법무부는 관련 조항 삭제를 논의 중이다. 문제는 또 있다. 스토킹범이 구속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거다. 올해 스토킹 범죄의 구속 비율은 4.8%에 불과하다. 거기에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는 허술하다. 신고를 해도 법이 이러니 근절될 리가 만무하다. 실제로 법 시행 후인 지난해 11월 277건에서 올해 3월엔 2369건으로 10배 늘었다. 피해자는 보복범죄가 두려워 신고조차 꺼려한다. 신고를 해도 달라질 게 없다. 피해자에겐 가해자가 있는 세상이 그저 ‘지옥’이다.

☞스토킹은 결코 사랑이 될 수 없다.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할 리가 없다.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는 게 당연하다. 고로 상대방을 고통에 빠뜨리는 스토킹은 그저 흉악범죄다. 사랑이라는 포장지로 결코 가릴 수 없다. 다시는 누군가의 눈에 들었다는 이유로 죽는 피해자가 나와선 안된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해도 두렵지 않은 세상이 돼야 한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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