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농협중앙회 이사(제천 백운농협 조합장)

요즘 농촌을 다니다 보면 연로하신 어르신들만 간간히 보이고 아이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곳곳에 빈집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인구가 3만 명을 밑도는 군지역이 늘어나고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 마다 인구유입을 위한 여러 정책을 써 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복리 증진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기부금을 받거나 모금할 수 있도록 하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재정돼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향납세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도입 첫해인 2008년 기부액이 794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8조 900억원을 기록해 13년간 100배 이상 금액이 증가하며 성공적인 제도로 자리 잡아 지방제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고향사랑기부금제’를 살펴보면 명칭으로 인해 많은 국민이 자신의 고향으로만 기부가 가능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고향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처음 보는 사람끼리도 자연스레 고향을 물어보며 동향일 경우엔 친밀감을 가지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다.

그런데 고향사랑기부제의 내용을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농촌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당 지자체의 주민이 아니면 어디든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며, 고향에만 기부하라는 내용은 분명 아니다. 그러므로 더 많은 국민이 기부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기부가능지역, 세액공제, 답례품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홍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홍보를 해야 국민들에게 ‘고향사랑기부제’의 장점을 잘 전달하고 대국민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일본의 경우 답례품이 기부를 유도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답례품이라는 강력한 보상 제도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

"아빠! 영동 샤인머스켓이 먹고 싶어요!", "여보 올해 김장에는 단양 마늘을 써볼까요?"라는 표어아래 영동군이나 단양군에 기부하면 답례품으로 ‘샤인머스켓과 마늘’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면 기부하여 세액공제도 받고, 먹고 싶은 농축산물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혜택이 될 것이다.

또한 기부방식은 지자체를 먼저 선택하는 것이 아닌, 답례품을 먼저 선택하고 접근할 수 있어야 좀 더 많은 국민이 다가가기 쉬울 것이다.

그러면 ‘고향사랑기부제’를 어떻게 쉽고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아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앱(어플리케이션)을 만들면 간단히 해결된다. 스마트 앱으로 답례품을 쇼핑하듯 선택하고 쉽게 기부할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한 번 정도 이용하는 앱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면, 인터넷포탈사이트나 콕뱅크, 올원뱅크처럼 기존의 간편뱅크 앱에 개발한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읍면동마다 있는 주민센터나 은행의 객장에 ‘고향사랑기부제’를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설치를 건의해본다. 민원 대기시간에 받고 싶은 답례품을 검색하고, 해당 답례품을 주는 몇몇 지자체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여 기부할 수 있게 한다면 여러가지 효과를 동시에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만들어진 제도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홍보하고 활성화해야 할 시점이다. 세액공제와 답례품으로 10만원을 기부하고 13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좋은 제도에 많은 국민이 동참해 활기가 넘쳐나는 농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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