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 충남과학기술진흥원장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2021년 한 해에만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등 세계 곳곳에서 과거 30년동안 없었던 기후변화가 발생되고 있다. 1월14일, 스페인 마드리드는 5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과 영하 25℃로 도시기능이 마비됐고, 3월29일 중국 베이징은 사상 최악의 모래폭풍으로 대기질 지수(AQI)가 500을 돌파하면서 최고 위험지수에 도달했다. 7월7일 미국의 서부 몬스터에서는 54℃의 폭염으로 자연산불이 발생해 서울면적의 5배에 해당되는 3108㎢가 잿더미로 변했다. 우리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올 봄 3월4일 오랫동안 지속된 대지와 공기의 가뭄으로 울진에서 시작된 동해안 산불은 9일 동안 축구장 3만5000여개 크기인 2만5003㏊를 불태웠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표한 2021년 지구 대기 감시보고서에 따르면 충남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의 이산화탄소 배경농도는 1987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고농도를 경신(423.1ppm)했다.

기후변화에 의한 환경파괴는 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 가스 과다발생이 주원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산화탄소 발생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며 공장, 빌딩, 자동차, 발전소 등에서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의 평균온도는 산업화가 시작된 시기에 비해 1℃ 올라가 있는 것으로 세계기상기구(WMO)는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라 추가온도 상승 여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독일, 영국, 미국의 과학기술자로 구성된 다국적연구팀(GEOMAR)은 화석의 붕소 동위원소 측정법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개최한 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온도 1.5℃ 상승을 상한값으로 설정했다. 2050년까지 이를 목표로 탄소중립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3년 전인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2℃ 상승 상한값은 너무 높다는 과학기술계의 추가의견에 따라 0.5℃ 수정해 낮췄다.

온실가스 증가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개념은 결국 인류를 살리는 프로젝트로 이미 세계적 이슈이다. 따라서 세계 주요각국 또한 매우 적극적인 정책을 도입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유럽형 그린딜, 일본 2050탈탄소 실현계획, 중국의 2060탄소중립 달성, 그리고 미국 바이든정부의 클린에너지혁명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 또한 20대 국정과제에 탄소중립 실현을 포함했다. 최근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보고서는 향후 국제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 및 경제 이슈는 기후변화위기라 했다.

IPCC에 가입돼 있는 우리나라 또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충남은 국가 석탄화력발전소 59기 중 29기를 갖고 있고 자동차, 제철, 화학플렌트 등 에너지 다소비 제조기업이 많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1억5400만톤으로 국내총량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충남도에 있어서 2050탄소중립 구현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세계푸른하늘의 날인 지난 9월7일, "기후위기 선제대응 탄소중립 탈석탄 2022국제컨퍼런스"가 충남 예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렸다. 학술대회를 주최한 김태흠 충남지사는 국가 경제와 일자리를 우리 지역에서 선도적으로 살릴 수 있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실행하고 충남을 탄소중립경제특별도로 바꾸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구체적 실행과제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점진적인 폐지, 폐지부지 활용 탄소포집 연구단지 구축, 태안과 보령의 1GW 급 이상 해상풍력단지 건설, 태안 안면도 태양광발전 및 수소 암모니아 혼소 발전, 블루수소 생산플랜트 사업 연계 중대형 수소전소 터빈 실증과제 추진, 피해자 재정지원 특별법제정과 정의로운 전환기금 1조원 조성, 전환지역 내 LNG냉열 활용 냉매 물류단지 구축 등 에너지 전환 방안 등이 제안됐다.

탄소중립은 지구 전체와 국가의 문제이나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동의와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후위기로 인류가 멸망해도 지구는 살아있으니 기후위기는 인류, 즉 주민의 위기이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고 북극 빙하면적이 역대 최소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 세계 폭설·폭염·폭우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신종도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다. 빙하 속에만 약 만개의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탄소중립의 문제는 결국 우리 미래 아이들의 문제이고 국가 경제의 문제이다. 탄소중립의 파도에 올라탈 것인가 휩쓸려갈 것인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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