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래 충북소방본부장

새로 임용되는 새내기들에게 "소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물으면 대부분 ‘희생과 봉사’ 또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직업’이라 대답을 한다.

현시대와 같이 다양한 위험과 재난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현장 소방관에 요구 되는 자질과 능력 또한 다양하고 전문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자질과 능력만 있으면 소방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내기 소방관들에게 진정한 소방관은 자질과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사명감이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 하고 싶다.

대형화재를 차단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 제도가 건축물의 설계 인허가와 시공 시, 사용관리 중에도 이뤄진다. 이런 제도적 물리적·인적 요소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자칫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방의 책무는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마지막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 경제적인 연결고리와 문제점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관찰을 통해 현대 위험사회의 역학을 이해하는 독수리의 눈은 현시대의 소방관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명적 자질과 삶의 자세일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시기 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법관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의 때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아마 제목이 ‘성직(聖職) 이란 무엇 인가?’로 기억 된다. 요지는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 할지라도 자기 목숨을 버리며 환자를 치료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신부, 목사, 스님이라 할지라도 자기 목숨을 버리며 신도를 위해 신께 기도하지 않는다"하시며 "홍제동 주택화재 시 집안에 아들이 있다는 어머니의 말에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구조에 나섰다 순직하신 6명의 소방관 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성직자들 이다"라고 강론을 마치셨다.

28년의 소방관 생활 중에 가장 슬펐던 일은 15년 전 낙동강 물놀이 사고로 딸과 외손주 셋을 한꺼번에 잃은 팔순노인의 검게 탄 굵은 주름위로 한없이 흐르던 눈물을 지켜봐야 했던 일이다. 지금도 말없이 흐느끼는 팔순 노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위기에 처한 시민들이 신의 가호를 빌 때 소방의 구조가 미친다면 기적이요 그렇지 못한다면 절망일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 소방관들은 삶과 죽의 경계에서 기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전국의 소방관들은 작년 한 해만 해도 심정지, 뇌출혈, 중증외상환자 1687명을 다시 살려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위험이 반복되는 초위험 사회이자 코로나19에서 보듯 태생적 위험구조인 지구생태계를 볼 때 국가나 사회 개인 모두는 현대사회에 대한 다면적인 시각으로 위험사회의 역학을 보는 눈과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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