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연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대학 졸업 이전부터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썼고 컴퓨터 등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어 나름 얼리어답터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카세트테입으로 음악을 듣고, VHS로 영화를 보던 아날로그 감성이 돋는 문자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옮겨온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디지털이주민’이라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갑자기 디지털시대를 맞이한 이주민의 다음세대는 ‘원주민’이 되는 건가?

그렇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최초의 ‘디지털원주민’ 세대라 할 수 있는 ‘MZ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디어교육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는 개념이 ‘디지털시민성’이다. 시민성이란, 사회의 원활한 유지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것으로 이를 위해 필요한 개개인의 능력을 말한다. 즉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일컫는데, 지난 세기 80년대 이후 태어나 아날로그를 경험하지 못하고 PC, 인터넷, 스마트폰이 익숙한 세대, 디지털원주민들이 살아가는 시대에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능력으로 ‘디지털시민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디지털이주민과 원주민이 공존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문화가 함께 한다지만, 우리 사회의 경제활동의 근간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경제로 진화하였으니, 시대의 발전에 맞는 새로운 시민성이 요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시민성’은 교육을 통해 육성되는 것이고, 우리 사회에서의 교육은 그 시대성을 반영하여 설계되고 학교 등을 통해 학습된다. 우리나라 교육부가 2022년도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하면서,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새로운 인간상을 ‘자기주도성, 창의와 혁신, 포용과 시민성’을 내세우는 것은 이러한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미디어교육이 우리 시대의 기본교양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글쓴이에게 이러한 계획은 ‘백년지대계’라는 우리 교육의 안목을 보여주는 올바른 변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각급 교육현장에서 디지털시민성 구현을 위한 다양한 실천들이 기대된다.

그런데, ‘디지털이주민’은 어떤가. 농업사회에서 태어나 농업사회에 걸맞은 윤리의식을 학습하고, 공산업시대에 삶을 꾸려오며, 이제 디지털시대를 맞이한 80년대 이전 세대들은 어느 날 디지털이주민으로 전락(?)하여 과거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공존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잘 적응하고 있는가 말이다.

최근 허브사이트에서 제공되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홈쇼핑의 피해를 보도한 "네이버 라방이니까 믿고 산 건데…"라는 기사를 보며 든 생각이다. 스마트기술을 사용하여 교육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중점을 둔 비영리 조직인 미국의 ‘국제 교육 기술 학회(ISTE)’는 디지털을 통한 물건의 판매와 구매를 디지털시민의 주요한 능력으로 정의했다. 온라인 구매, 온라인 판매, 미디어구독 및 구매, 온라인 게임상에서의 가상 판매와 구매 등의 이슈가 디지털시민성을 구성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포털사이트는 실제 판매자에게 ‘통로’만 제공하는 라이브커머스의 성격을 모른다면 누구나 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부는 미디어리터러시교육을 통하지 않고서는 습득되기 어렵다. 디지털 사회로 ‘이주한 주민들’에게 스마트폰 활용기술만이 아닌 디지털시민성을 가르쳐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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