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섭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필자가 근무 중인 부서는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용자와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의 다툼으로 매일매일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한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근로감독관으로 재직하면서 ‘임금체불 등 신고사건을 아무리 처리해도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자문과 ‘세월이 지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10년 후에 현장은 그대로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22년 노동백서에 따르면 2011년 신고사건 접수 건수는 30만 3293건이고 10년 후인 2021년 신고사건 접수 건수는 31만 4308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2018년 한국의 임금체불액은 1조 6472억 원으로 일본의 통상적인 임금체불액 약 1000억 원과 비교해 16.5배가 높다.

수치로만 보아도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기본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동관계 입법은 6.25 전쟁으로 실현되지 못하다가 1953년에 이르러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노위법, 근기법 등 노동 4법이 제정됐다.

당시 우리나라의 노동법은 전체적인 법체계, 특히 근로계약과 단체협약에 대한 법이론적인 면에서 대륙법적 기초 위에 서 있으면서도 미국 노동법이 혼합된 형태였다. 이러한 노동 4법은 우리나라 현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동법 제정 이후에 근로시간, 휴일 및 휴가, 퇴직금, 임금체계 등 개별 근로관계에 관한 근로조건이 여러차례 제·개정됐다. 국회나 정부는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제도보완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근로계약서 및 임금명세서 서면 교부,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준 강화 및 사업장의 근로감독 강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금체불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임금체불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사례를 보면, 첫째 회사의 폐업이나 경영악화로 인한 경우, 둘째 사용자가 제도를 알지 못한 경우, 셋째 원·하청 관계에서 하청이 도급비를 받지 못한 경우, 넷째 법적인 해석 다툼으로 인한 경우, 다섯째, 근로자가 복무 불량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 괘씸한 경우 등이다. 일부 학자들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서는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민·형사상 제재 수단 강화, 반의사불벌 조항의 폐지 및 개정,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강화, 노무제공일과 임금지급일 사이의 간격 단축, 임금체계의 단순화 등의 의견을 제시한다.

이 또한 임금체불을 근절시키는 방안으로 좋은 제도임에 틀림이 없으나 필자는 제도 개선에 앞서 사용자의 임금체불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결국 임금체불을 하지 않겠다는 사용자의 확고한 인식 전환이 되지 않고는 제도가 정착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임금은 근로자가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 갖는 유일한 수단이다.

임금체불은 현재의 생계는 물론 미래의 노동능력에도 심각한 장애가 발생될 수 있다. 사용자의 인식 전환에 필요한 끊임없는 홍보와 교육, 사용자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 등의 방법으로 임금체불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용자의 인식 전환에 따른 임금체불 근절은 근로자의 안정적인 생활에 기여할 것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헌법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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