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도심 고밀·민관 공동개발 부진한 대전, 미국 성공사례서 배우자
<글 싣는 순서>
4 폐철로를 공원으로…‘하이라인 파크’서 대전선 활용 답을 얻다
⑤ 새 상권 형성으로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도 견인
⑥ 도심 내 주택공급 성공 동력 된 뉴욕시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⑦ 도시 속 도시…주택공급은 물론 재개발 통한 도시재생까지
⑧ 뉴욕 성공사례서 그려본 대전 ‘도심 고밀·민관 공동개발’

기찻길서 공원 변신한 ‘하이라인 파크’
고층건물 사이 1.6km 산책길 ‘쉼터’
방치된 철로, 철거 위기 부딪혔지만
그대로 보전한 채 새 랜드마크 탄생
15만종 식물 식재·포토존으로 인기
베이글 다음으로 가장 많이 퍼져나가

숲길 등 대전선 폐선 활용 무산됐지만
‘대전 육교’ 관광자원 활용 시사점 안겨
국내 고속도로 1호 문화재… 가치 인정
대전시에서 역사 관광자원화 최종 결정
뉴욕 하이라인 파크 성공사례 본 받아야

허드슨 강을 따라 하이라인파크를 걷다보면 최근 새로 개장한 인공섬인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도 멀리서 볼 수 있다. ’사진=박현석 기자
허드슨 강을 따라 하이라인파크를 걷다보면 최근 새로 개장한 인공섬인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도 멀리서 볼 수 있다. ’사진=박현석 기자

[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선 ‘허드슨야드’와 더불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곳이 있다.

뉴욕 첼시의 고층건물 사이를 가르는 1.6km의 산책길인 하이라인 파크다.

철거 직전의 기찻길을 보존 개발해 공원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버려진 철도부지를 기능은 유지하고 그 위에 부동산을 개발한 허드슨야드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대규모 민간 개발이 투입된 허드슨야드 프로젝트와 달리 하이라인파크는 주민들이 단체를 결성해 만든 성과물이다.

누가 어찌 됐든 두 사례는 뉴욕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전한 채 새로운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특히 하이라인 파크는 전 세계 도시 관계자들이 재개발의 새 모델을 찾기 위해 벤치마킹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역 고가와 부산 그린라인이 이 하이라인을 참고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전에서도 폐선로에 대해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한 적이 있었다.

다만 현재 이 대전선 폐선로는 다시 화물 수송용 노선으로 최근 재개통 결론지어졌지만 추후 폐선이 된다면 하이라인 파크의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

하이라인파크를 따라 걷다보면 종점인 허드슨야드에 도착하게 된다. 저 멀리 허드슨야드의 명물 베슬(오른쪽)과 더쉐드가 보인다. 사진=박현석 기자
하이라인파크를 따라 걷다보면 종점인 허드슨야드에 도착하게 된다. 저 멀리 허드슨야드의 명물 베슬(오른쪽)과 더쉐드가 보인다. 사진=박현석 기자

◇폐철로의 변신…뉴요커들의 휴식처는 물론 관광객들의 명소

지난 7월 15일 오전 11시(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미트패킹 디스트릭 14스트리트를 따라 허드슨강 쪽을 향해 걸으니 저 멀리 하이라인 파크가 보였다.

10m 높이에 떠 있는 하이라인 파크는 고가 화물철도를 허물지 않고 산책로 겸 공원으로 재개발한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이라인 파크로 올라서니 눈앞으로 쭉 뻗은 산책길이 펼쳐졌다.

산책길 양 옆으로는 다채로운 식물들이 빽빽이 심어져 있었다.

이곳 공원의 모든 식물들은 뉴욕에 자생하는 것을 그대로 옮겨 심은 것으로 뉴욕의 허파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하이라인 파크를 따라 천천히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야 왼쪽으로는 허드슨강이 흘렀고 오른쪽으로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있는 그대로 펼쳐졌다.

발 밑으로는 바쁘게 오가는 뉴욕 시민들과 차량들이 보이면서 도심 속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산책길은 직선으로 뻗다가도 구불구불 빌딩 사이를 파고들면서 뉴욕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산책길 곳곳으로는 과거 육중한 기차 바퀴를 힘겹게 떠받쳤을 법한 레일도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레일을 따라 쭉 걷다 보니 이내 허드슨야드의 상징인 베슬과 초고층 콘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이라인 3구역은 전철 차량기지로 허드슨야드 프로젝트로 대규모 개발이 이뤄졌고 진행 중인 곳이다.

하이라인 파크를 통해 여행객들은 다시 새로운 관광명소로 진입하게 된 셈이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하이라인 파크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박현석 기자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하이라인 파크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박현석 기자

◇Oldies, but goodies…구관이 명관 된 하이라인 파크

하이라인 파크의 시작점인 미트패킹(meatpacking) 디스트릭은 이름 그대로 수많은 육가공업체가 밀집해 있었다.

이곳에 뉴욕시는 1934년 2.33㎞의 고가철도를 건설했다.

그러나 도로의 발달로 철로는 제 기능을 잃고 1980년대부터 20년 넘게 방치됐다.

슬럼화 된 미트패킹은 범죄와 마약의 온상이 되면서 시는 고가 철거를 추진했다.

시의 철거 방침에 반대한 몇몇 시민들은 '하이라인 친구들'이란 단체를 만들어 '보존을 통한 재개발'을 제안했다.

이들은 기금을 조성했고 2009년 첫 번째 구간이 공원으로 재 탄생했고 이어 2011년 두 번째 그리고 2014년 9월 마지막 구간까지 공원으로 조성했다.

버려질 뻔한 도심 속 고가 철도가 1마일(1.6 km)의 자연친화적 선형공원으로 뉴욕시 도심재생의 새 랜드마크가로 변신한 것이다.

개장 당시인 2014년 500만명이, 코로나19 팬더믹 이전인 2018년 기준 연간 800만명 가량이 이곳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라인 파크는 도심 속 허파 기능도 수행한다.

하이라인 파크에는 15만종의 식물이 곳곳에 식재돼 있다.

또한 곳곳이 포토존이다.

지상에서 약 9~10m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어느 곳에서 찍어도 배경이 그림이 된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 크리스티안(35)은 “한쪽으로는 허드슨강을 배경이고 다른 쪽은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이른 아침에 산책하면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하이라인은 단순한 공원이 아닌 도심 속 새로운 삶의 여유를 찾아준 특별한 공간이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하이라인 파크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박현석 기자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하이라인 파크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박현석 기자

◇베이글 이후 가장 많이 팔린 뉴욕 아이템…대전에도 시사점

하이라인 파크의 성공 사례로 전 세계에 쓰임이 다한 철도나 고가도로를 공원이나 산책로로 탈바꿈시키는 일들이 유행했다.

뉴욕타임스는 베이글 이후 뉴욕에서 가장 많이 퍼져나간 것이 ‘하이라인 파크’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철거 예정이었던 서울역 고가를 공원화 한 ‘서울로7017’이 이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대전에서도 운행 중단 상태였던 대전선을 놓고 폐선 후 숲길조성, 관광자원화 등 다양한 활용안이 오르내렸으나, 결국 화물수송용 노선으로 재개통 결론지어지면서 관련 계획들은 첫 발도 떼보지 못한 채 사실상 무산됐다.

대전선 폐선 활용은 물 건너갔지만 향후 대전의 도심 개발에 있어 ‘보존을 통한 개발’이란 해답을 하이라인 파크에서 얻을 수 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대전육교의 관광자원 활용 방안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국내 고속도로 1호 문화재인 대전육교는 건설 당시에도 국내 최고 높이의 아치 교량으로 우리나라 근대기 토목기술 역량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았다.

지난해 6월 24일 국가등록문화재 제783호로 지정되면서부터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민선 8기 대전시는 대전 육교를 역사 관광자원화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 현재 활용 방안을 수립 중에 있다.

사진=박현석 기자
사진=박현석 기자

뉴욕=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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