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대전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

70년대부터 80년대 초는 고교야구 전성시대였다. 서울의 선린상고, 영남의 경북고, 대구상고, 부산고, 경남고, 호남의 군상상고, 광주일고, 광주상고 등 선수들이 다이아몬드를 패기와 열정으로 누비며 지금의 아이돌만큼의 인기를 구가했다. 우리 충청 지역도 북일고, 공주고, 세광고 등이 전국제패를 외치며 선전했으나 솔직히 약세였던 것은 사실이다.

프로야구의 탄생으로 고교야구는 침체일로를 걸었고 언론의 관심과 집중도도 예전의 영광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전 야구의 혼은 살아 있고 대전 아마 야구는 꾸준히 실력을 쌓아 왔다. 올 봄 전국 51회 소년체전에서 신흥초 야구부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대전 야구도 중심에 설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쾌거였다. 신흥초 소년체전 준우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난 8월 17일 대전고가 제56회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대통령배 야구 대회 전 프로구단 관계자들은 전국대회 우승 후보로 대전고를 여러 번 거론한 바 있다. 모 구단 스카우트는 "송영진이라는 에이스가 있다. 계산이 서는 투구를 하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2학년 권일환, 3학년 이대겸 이종왕 송성훈도 제몫을 다해주고 있다"며 수준급 마운드를 장점으로 꼽았다. 또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폭발적인 득점 지원을 한다"며 강력한 타선도 무기라고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대전고는 신세계 이마트배 대회, 황금사자기, 청룡 기 등 앞선 전국대회에서 일찌감치 탈락의 쓴 맛을 봤다.

그러나 대통령배 야구대회 만큼은 달랐다. 대전고는 준결승에서 안산공고를 18-4로 대파하고 28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유천초, 신흥초, 한밭중, 충남중 등 대전시 소속 엘리트 선수들과 감독, 협회 임원 모두 역사적인 현장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 목동야구장으로 올라갔다. 대전고 재학생과 동문들도 경향각지에서 목동구장으로 모여들었다. 고교야구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애향심과 학교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대전고의 결승 상대는 준결승전에서 강호 대구고를 상대로 9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둔 전주고였다. 전주고 역시 1985년 황금사자기 대회 우승 이후 37년 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대통령배 대회에선 창단 후 첫 결승에 오른 팀으로 예선과 8강, 4강 등 경기에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며 강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대전고는 1회초 3대0으로 승기를 잡은 후 단 한 차례도 경기를 내주지 않았고 결국 최종 스코어 7대4로 승리를 거뒀다. 전광판에 ‘대전고 대통령배 우승’이 표출되는 순간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난 8년 동안 대전고 야구부 감독의 자리에서 전국대회 우승을 해보지 못했던 한을 이번 대회로 말끔히 씻어버린 김의수 감독님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그리고 항상 헌신적으로 선수들 뒷바라지하신 학부모님들께도 그동안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물론 투지와 열정으로 우승을 차지한 대전고 선수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대전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엘리트 선수, 생활체육 선수들이 맘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 구축과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식 야구장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을 대전시와 시 체육회에서 다시 한 번 재고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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