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서원대 지역정책개발학과 교수(전 청주시 기획행정실장)

몇 년 전 장기 재직휴가를 이용하여 발칸반도 여행을 하였다.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그램으로 워낙 유명해진 곳이라 그런지 여행경로도 이 프로그램을 따랐다. 그중에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를 여행하면서 ‘아, 이것은 우리도 도입하면 좋겠다.’라고 느꼈던 것이 있다. 넓고 청명한 호수 한가운데 섬이 있고 이곳에 성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섬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해야 했다. 이 배는 ‘플레터나’라 불리는 슬로베니아 전통 배로 사람이 노를 저어 움직이는데, 섬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20명 정도 탑승이 가능하며 이용료는 한 사람당 왕복 2만 원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용한 시골 분위기였던 이 지역이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 덕분에 한국인과 중국인이 몰려오면서 갑자기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귀향하여 나룻배를 몰고, 숙박과 음식점이 새로 지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호숫가에 새 배가 20여 척이 있고, 주변에 새로 지어진 건물도 많이 있었다. 조용했던 시골 마을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된 것이다.

우리 지역에도 청남대라는 훌륭한 관광자원을 지닌 대청호가 있다. 그러나 청남대를 가려면 문의에서 꼬불꼬불한 도로를 20분 이상(12km) 차로 가야 한다. 상수원과 환경보호 이유로 대청호에 배를 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기나 수소를 사용하는 무공해 선박 운항을 시도했으나 어떤 연유인지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문의에서 청남대로 가는 나룻배 운항을 제안해 본다. 1~2km 남짓한 호수를 인력으로 움직이는 배로 건너는 이 사업은 몇 가지 이유에서 실행이 쉽고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 환경적인 측면이다. 나룻배는 인력으로 노를 저어 움직이기 때문에 공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노 젓는 것이 오히려 호수를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연간 20만대 가까운 자가용이나 버스의 운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비산먼지를 방지하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두 번째, 관광자원 활용 측면이다. 넓은 호수를 노 젓는 배로 천천히 가로지르며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은 관광객 유치에 효과가 클 것이다. 세 번째, 경제적인 측면이다. 나룻배의 구입과 선착장 그리고 주차장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그리 큰 예산이나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다. 블레드 호수 주변의 마을이 개발되고 젊은 청년들이 다시 돌아와서 활력을 되찾은 것처럼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개발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민선 8기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제1호 공약이 ‘레이크 파크’다. '바다가 없는 충북' 대신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호수가 있는 충북'을 강점으로 삼아 대청호, 충주호(청풍호)와 칠성호(괴산호)를 비롯해 도내 크고 작은 아름다운 호수를 하나의 관광단지로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청남대를 나룻배로 들어가자.’라는 제안을 해 본다. 대청호 나룻배는 ‘레이크 파크’ 성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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