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범·천안담당 차장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덩달아 천안에 위치한 나사렛대학교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유아특수교육학과 김병건 교수가 드라마의 자문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고, 현실판 ‘우영우’ 피아니스트인 음악학과 2학년 김종현 학생의 스토리가 알려지면서다.

이대목에서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지적·자폐성 장애청년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특별한 카페인 ‘카페 아르크’의 오픈식이 있었던 2016년 4월의 일이다.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중절모를 쓴 중년 남성이었다. 사단법인 아르크(Art&Rehabilitation Keepers)의 박상돈 대표이사였다. 당시는 그가 정치 야인이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천안시 수장이 된 박상돈 시장은 그날 기자에게 ‘발달 장애 청년’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시장은 현재도 아르크에 상당한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인간재활학 분야의 국내 1인자로 꼽히는 김종인 박사가 2000년에 펴낸 책 ‘희망은 장벽을 넘습니다’에는 미국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탤라드(Talladega County)’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탤라드는 1995년 미국의 장애인 도시로 선정된 곳이다. ‘볼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의 천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수교육에 대한 인프라가 워낙 잘 갖춰져 있어 조그마한 도시임에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장애인들이 유학을 올 정도라고 했다. 피자 배달부가 수화를 하고, 모든 식당에는 점자 메뉴판이 갖춰졌다. 거리에는 교통신호가 바뀔 때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음성으로 신호가 바뀐 것을 알려주고, 관공서는 물론 병원과 개인 사업체에도 청각장애인들과 타자로 대화할 수 있는 특수 전화 장치도 설치됐다. 지역의 구성원 모두가 장애인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서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장애 비장애를 넘어 이러한 시설들이 잘 갖춰진다면 이는 모든 시민의 편의와도 연결된다. 도시 이미지 향상 외에도 많은 장애인과 가족, 실버계층이 그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며 인구유입의 효과까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산업의 발전도 기대되는 대목 중 하나다.

이미 천안에는 ‘재활복지 특성화’로 유명한 나사렛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지자체 수장의 의지도 있고 고등교육의 시스템이 잘 갖춰진 천안을 ‘한국의 탤라드’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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