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화 대전시 건설관리본부장

2017년 방영된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고라는 게 원래 1분 1초 마다 매번 계속되지 않습니다. 문제없다고 괜찮다고 원칙을 무시하다가 어느 날 배가 가라앉고 건물이 무너지는 겁니다."

이 드라마의 대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사고들이 떠오른다.

먼저 1974년에 발생한 해군 예인정(YTL) 침몰 사고와 1994년, 1995년 연이어 일어난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그리고 가장 최근에 벌어진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까지 두 번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될 끔찍한 사건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대형 참사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원인이 바로 ‘과적’이다.

선박의 경우 허용 승선 인원과 적재량의 2~3배를 초과 적재하다보니 급히 방향전환을 시도할 때 복원력이 떨어져 침몰하게 됐고 건축물들은 부실공사가 1차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설계하중을 훌쩍 넘는 인원과 차량으로 붕괴에 이르렀다고 한다.과적으로 인한 사고는 대형 참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의 혈관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도로 위에서 더 위험하다. 오죽하면 ‘도로위의 흉기’라는 오명이 붙었겠는가. 과적차량은 제동거리가 크게 늘어나고 커브길에서 불안정성이 커져 돌발상황에서의 차량제어가 어렵기 때문에 사망을 동반한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1년 사업용 화물차 교통사고 치사율은 100건당 3.1명으로 일반차량(자가용 등) 0.95명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또 흉기가 된 과적차량들은 집중된 축하중을 무기 삼아 도로를 향해 마구 휘두른다. 실험에 의하면 축하중 11톤의 과적차량 1대가 지나가면 승용차 11만대가 통행하는 것과 같으며 축중량 13톤의 과적차량 1대가 지나가면 승용차 21만대가 지나가는 만큼의 포트홀과 도로균열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를 유지보수하는데 국가적으로 매년 7000억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실제 대전시는 최근 3년간 도로유지보수를 위해 매년 4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어 심각한 세금을 사용하고 있다.

작년 한해 시에서 검차한 건설차량 6873대 중 117대가 과적으로 적발됐으니 100대 중 2대꼴로 과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과적차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더욱 우려가 된다. ‘2022 대전광역시 주택공급계획’에 따르면 올해 우리시는 아파트를 비롯해 주책 3만 2002세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작년보다 91.7%가 늘어난 수치다. 그만큼 지역 건설현장이 활기를 더할 것이고 과적행위를 근절하려는 우리시와 단속을 피하려는 과적차량 간 꼬리잡기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시는 올해 과적차량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6월 28일 논산국토관리사무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합동 단속팀을 구성하여 대전시계 진·출입로 양방향에서 과적차량을 단속하고 과적 민원에 공동 대응하는 등 과적차량 근절을 위해 양 기관이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이제는 과적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근절해나가야 한다. 과적의 피해자는 특정 소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안전불감증으로 운행하는 과적차량이 사고를 싣고 다니는 걸 두고 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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