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 식수로 조성 사은의 동산
관련 기록 없고 수목관리 ‘방치’
수목 이전비용도 기증자 부담
市에 책임 요구 목소리 커져

'사은의 동산'이 표기된 머릿돌. 사진=최윤서 기자
'사은의 동산'이 표기된 머릿돌. 사진=최윤서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속보>=무관심 속 방치됐던 ‘사은의 동산’이 33년 만에 재발견 되며 대전시의 부실한 기증물품 관리에 대한 지적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3면 보도>

시민이 기증한 기념식수 43주 중 30주가 벌목 위기에 놓였으나 기증자 기록은커녕 공공수목 현황에도 빠져 있어 반환처리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89년 5월 15일 이봉학 대전직할시장은 8번째 스승의 날을 기념해 당시 빙그레이글스 야구장 인근 시유지에 사은의 동산을 조성했다.

대전시는 이곳에 시민들이 기증한 기념식수 43주, 머릿돌 2개, 기념비 44개를 설치했다.

이후 33년이 세월 동안 무관심 속에 이곳은 방치됐고 최근 베이스볼드림파크 건립으로 주변 조경을 재정비하게 되며 재조명 받게 됐다.

문제는 현재 대전시와 위탁 관리주체인 한화이글스 어디에도 이곳의 기록이 남아 있질 않다는 점이다.

기록이 없으니 관리책임 역시 불분명하고 수목관리 또한 제대로 이뤄질 리가 만무.

수십 년 세월 속 사제 간의 애틋한 마음을 기려 기증한 기념식수들은 병들거나 메말라 갔고 현재 고사 직전에 놓였다.

한화이글스 측은 "사은의 공간 자체는 한화이글스 소관이 맞고 그간 시설관리팀에서 수시로 전지작업, 잔디 깎기 및 수목 소독을 진행했다"며 "다만 정확한 기증기록이나 조성 계기, 정확한 수목현황 등은 대전시로부터 전달 받은 게 전혀 없다"고 답했다.

현재 대전시는 베이스볼드림파크 건설사업을 위해 ‘사은의 동산 재정비 공고’를 낸 상황이다.

정확한 기록 없이 진행되는 반환절차를 놓고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실제 공고문에는 수목 및 기념비 기증자에게 반환처리 의견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이전비용은 본인 부담이라는 단서 조항도 붙어있다.

또 의견을 내려면 관련자가 직접 스스로 증빙할 수 있는 자료(사진, 졸업앨범, 신분증 등)를 제출해야 만 한다.

대전시의 안일한 공공수목 및 기증물품 관리에 대해 도의적, 직접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김성중 대전녹색연합 사무국장은 "공공수목 관리방침에 따라 수목, 생육성향에 맞는 적절한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시민이 기증한 식재임에도 불구 관리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관련 기록도 없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또 현 상황을 제대로 기증자에게 설명하고 벌목을 하던 이식을 하던 정확한 동의 절차가 필요한데 현재 대전시의 일처리는 일방적 통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전시 관계자는 "문서 보존연한에 따라 자연스럽게 폐기된 것 같다"며 "반환 공고 절차에 따라 시민의견을 충분히 수렴, 실시설계에 반영해 최종 수목처리방안을 결정하겠다"고 해명했다.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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