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찬 한국수자원공사 금강유역본부 본부장

뜨거운 여름철, 아이스커피를 장시간 차갑게 먹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뜨거운 바닥에 물을 뿌리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물이 주변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빼앗아 오기 때문이다. 물은 공기보다 약 4배나 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여름철에는 수온이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에는 대기보다 높게 되는데, 이러한 특성을 냉·난방에 활용한 것이 수열에너지이다.

수열에너지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탄소배출이 없다. 건물 옥상의 냉각탑이나 실외기도 없다. 인근에 바다, 하천, 또는 대형 원수관로 등 냉·난방 열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물만 있으면 되므로 매우 친환경적이다. 또한, 기존 냉·난방기보다 30% 이상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수열에너지 도입의 대표적 사례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있다. 인근 광역상수도 원수관으로부터 수열원을 공급받아 2014년부터 건물 냉방부하의 약 10%를 수열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용량은 약 3천RT 규모로 75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또 하나의 사례로 소양강댐 하류에 조성되는 ‘강원도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가 있다. 현재 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진행중으로, 2027년도에 공사가 완료되면 소양강댐의 차가운 심층수를 활용하여 데이터센터, 스마트팜, 주거시설 등에 약 16.5천RT 용량의 수열에너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60% 이상의 냉·난방 에너지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환경부는 수열에너지의 육성을 위해 수열에너지 도입 시 국비를 지원하는 ‘수열에너지 보급·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하여 금년에는 9개 사업이 선정되어 추진중에 있으며, K-water 금강유역본부는 충북 오송CONFEX 및 전력관제센터 등 2개 사업의 수열에너지 설계·시공을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충청북도, 청주시 및 충주시와 공동협업으로 대청댐과 충주댐의 풍부한 수열원을 활용하여 IT·바이오 및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충북 친환경 수열에너지 특화단지 조성 기본구상 용역’을 대표 추진하는 등 수열에너지 확대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호우와 유럽의 전례없는 가뭄 등 전세계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각국이 뜻을 모아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억제하자는 내용을 담은 신 기후체계(Paris Agreement)를 출범하였고, 탄소중립 선언에는 70여개국 이상이 동참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은 21세기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우리 정부도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수립하는 등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수열에너지의 보급을 위해 환경부 10대 핵심과제로 반영하고, ‘친환경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 중에 있다. 수열에너지는 물이 인간에게 준 청정한 자연에너지이다. 탄소중립은 지구의 생존을 위한 인간의 반성이며 몸부림이다. 앞으로 수열에너지의 필요성과 효용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 수열에너지가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을 선도하길 기대하며, K-water가 그 길에 앞장설 것임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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