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빈·취재1부 경제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에게는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무섭게 돌아가는 회전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영우를 위해 왈츠를 추듯 문을 지나가는 법을 알려준 이준호가 있었다.

첫 출근 날부터 난데없이 고래 얘기를 하거나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등의 말장난에도 화를 내지 않고 영우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상사 정명석이 있었다.

로스쿨 시절 언제나 1등 자리를 영우에게 빼앗겼지만 사내 게시판 사건으로 고초를 겪는 영우 대신 큰 목소리로 항변해주는 최수연도 있었다.

우영우의 절친 동그라미는 어떠랴. 재판장에서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는 변호사의 스킬(?)과 연애 상식까지 모든 것을 영우와 함께 했다.

혹자는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두고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스쿨 수석 졸업을 하고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반년이나 로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장애인인 영우를 준호의 여자친구로 보지 않는 시선 등의 현실은 자명하다.

취재 현장을 다니면서 각자의 처한 현실과 사투하는 지역민들을 자주 만난다. 특히 매주 지면에 게재되고 있는 ‘가치삽시다 소상공인 人터뷰’를 하면서 삶의 무게를 간접 체험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지역 소상공인은 아무 연고도 없던 대전에 내려와 야심 있게 장사를 시작했지만, 여러 차례 사기를 당하면서 좌절을 겪었다. 다른 소상공인은 7년을 장사했던 곳에서 끝내 생업을 포기해야 했다. 신메뉴를 개발하고 손님의 입맛을 잡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봐도 수입보다 많은 임대료를 지불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결국 임차 지불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로 건물주와 법적 소송까지 일어나 사업을 정리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숨은보석찾기 캠페인’ 참여 아동들의 사연도 지극한 현실이다.

부모의 빚 때문에 할머니 집에 얹혀살면서 여동생 3명까지 챙기며 학업에 매진하는 아이, 고작 7살 때 아버지가 외도로 집을 나가 현재 엄마·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여동생과 지내는 아이 등…. 드라마 속 우영우를 보면서 반드시 넘어야 할 현실의 벽 앞에 놓인 이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영우의 친구들처럼 좋은 조력자들이 있기를 바랐다. 그동안 아빠를 통해서 감정을 배웠던 영우가 처음으로 ‘뿌듯함’이란 감정을 스스로 익힌 것에는 정명석과 이준호, 최수연, 동그라미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이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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