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역공원서 시루섬의 기적 50주년 행사 열려
김 지사 자작시 낭송·물탱크 아기에 이름 헌사도

▲ 김영환 지사가 시루섬 행사장에서 자작시 시루섬의 석양을 낭송하고 있다. 단양군 제공

[충청투데이 이상복 기자] ‘기적의 생환’ 시루섬의 기적이 시루섬 행사를 통해 언론에 재조명되면서 50년 전의 일들이 화제인 가운데 개막식의 김영환 도지사에 인사말이 단양지역에 회자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6시 20분경 단양역공원에서는 시루섬의 기적 5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서 업무를 보고 시루섬 행사장에 급히 내려오면서 시를 하나 지었다, 다듬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는 관계로 그냥 세상에 내보낸다 하는 서두와 함께 자작시 ‘시루섬의 석양’을 낭송했다. 시루섬 석양의 첫 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날 물탱크 위에서 세상을 떠난/ 백일둥이의 이름을 오늘에서야 불러봅니다./ 그의 이름은 시루입니다./"

시루섬 사건의 핵심인물 가운데 백일아기가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이름도 갖지 못했던 아기가 첫 희생자가 되었던 것인데, 그 아기의 이름을 ‘시루’라고 불러줌으로 인해 사람들은 신선한 정서적 자극을 받았다.

두 번째 연은 "1972년 8월 19일, 시루섬의 비가/ 50년을 지나 오늘 여기 다시 내립니다./ 이름을 짓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백일도 채 안된 아이의 눈물이/ 내립니다./"

이날 행사장에 50년 전의 그날처럼 비가 뿌렸다. 행사장에 오는 차 안에서 시를 지었기 때문에 날씨의 현재성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세 번째와 네 번째 연이 이어졌다.

"그 아이의 이름은 시루입니다./ 시루의 다른 이름은 희생이며 희망입니다.//포기하지 마라/ 끝끝내 살아내야 한다는/ 외마디 유언입니다./"

단양군이 준비한 50주년 행사의 궁극적 목적은 시루섬 주민들의 헌신과 희생 정신을 고양시키는데 있었다. 그 헌신과 희생정신이 주민들을 살린 것이고, 그 정신을 단양정신으로 다시금 불태우자는 것이다. 그런데 낭송 시어가 시루섬의 의미를 정확히 지적해낼 때 사람들의 가슴은 감동을 넘어 서늘하기까지했다.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시루섬 시는 마지막 10연에서 지사의 공약인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에 대한 구상으로 이어지며 끝을 맺었다.

"시루는 50년이 지나도/ 500년이 지나도 시루섬과 함께 석양처럼/ 레이크 파크 심장의 붉은 눈물로/ 타오를 것입니다./ 시루섬의 기적 위에/ 레이크파크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입니다./"

도정의 핵심정책 사업인 레이크 파크 사업이 단양의 시루섬에서 시작된다는 일종의 정책 발표는 현장의 있던 시루섬 생존자들과 단양군민들에게 강한 울림이 됐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50년전 당시 태종학 도지사가 헬기로 시루섬에 내려 마을사람들에게 위로하면서 ‘눈물의 물길’을 열어주었다면 반세기가 지난 후 김영환 지사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출발지라는 ‘희망의 물길’을 열어주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영환 지사는 지난 1986년 시인, ‘문학의 시대’로 등단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단양=이상복 기자 cho222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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