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양윤석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양윤석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주변의 사소한 것, 항상 곁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고마움을 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그 사소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감사’다.

며칠 전 조기 폐경 환자와 상담을 했다. 자궁질환과 난소에 혹이 있어 수술 준비를 하던 중 유방암 가족력과 BRCA 변이가 발견되어 난소 살리는 것을 포기하고 40대에 폐경이 된 환자다. 안젤리나 졸리도 BRCA 변이로 예방적 유방 절제술 및 난소 제거술을 받았을 정도로 BRCA 변이는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을 높인다. 환자에게 진료실에서 위로의 말을 던졌는데, 돌아온 대답 그야말로 걸작이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요, BRCA 변이를 몰랐다면 언니처럼 유방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했을 거예요." 환자는 요즘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자신을 담금질했던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것으로 ‘감사의 경험’을 꼽고 있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감사만 있으면 다른 덕목은 저절로 생기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덕목 중에서 최고의 덕목"이라고 했고, 칸트는 더 나아가 "감사하는 덕목이 없다는 것은 사악함의 본질"이라고 말할 정도다.

감사는 철학적 또는 사회 심리적 관점에서 접근해 왔었지만, 최근 건강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감사가 육체적 웰빙의 강력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의 경험을 가지면 긍정적인 감정이 유발되면서 삶의 만족도가 증진되고, 우울 및 분노가 감소된다는 것이 증명됐다. 감사가 생리학적 스트레스 완화제로 뇌 혈류량과 뇌 활동이 증가하고 면역이 높아지며 질병 회복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인생 쪽에서 던져오는 다양한 물음에 대해 내가 하나하나 답해가는 과정인데, 어떤 답을 내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인생의 질문에서 긍정적 정보를 뽑아내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세상과 편안하게 연결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감사가 이런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넬슨 만델라는 억울한 27년의 감옥살이 동안 하늘을 보며 감사했고, 땅을 보고 감사했다. 분노 대신 감사를 선택하면서 노벨평화상도 받았고,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도 당선됐다. 젊은 나이에 폐경이 된 필자의 환자도 분노 대신 감사를 선택하면서 건강도 행복도 찾고 있다.

장애로 인해 제한된 삶을 살았던 헬렌 켈러를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감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있다.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것이 주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어떤 것들이 없는지 생각하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우리는 어떤가? 갖지 못한 한 가지에 집중하느라 내 인생의 진도가 멈춰져 있는 것은 아닌가를 살펴야 한다. ‘Thank you’라는 말을 자주 되뇌어 보자. 신기하게도 정말 감사할 일이 늘 생길 것이다. 감사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 보자. 당신은 행운의 사나이, 행운의 여신이라고 불리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감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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