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락 ETRI 위성광역인프라연구실 선임연구원

2016년부터 개발해온 달 궤도선 다누리가 지난 5일, 성공적으로 우주로 발사됐다.

다누리에는 여러 가지 과학임무 수행을 위해 총 6개의 탑재체가 탑재되어 있다.

그 중에는 우주인터넷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필자가 소속된 ETRI에서 개발한 우주인터넷 탑재체도 있다.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이후 많은 분들이 연구원이 개발한 우주인터넷 기술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방송국, 신문사와 같은 여러 언론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고 통신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로부터 기술자문 요청도 받았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우주 인터넷에 대한 연구를 해오면서 단 한 번도 해당 연구가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연 그런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기술이 정말 필요한 기술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생각해보면 우주인터넷이라는 기술은 근시일 내 당장 수요가 있는 기술도 아닐뿐 아니라 언제 그 수요가 생길지 제대로 예측하기도 어렵다 보니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상황이 일순간에 반전됐다.

다누리의 개발이 마무리되고 있던 지난 4월,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최한 ‘과학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다누리의 개발 현황을 기자단에게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ETRI도 우주인터넷 탑재체를 소개하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한 과정에서 그룹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영상을 다누리에서 지구로 스트리밍하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 소식은 바로 다음날 인터넷에 기사화됐다.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BTS라는 이름이 가지는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동안 연구를 해오면서 많은 곳에서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향후 활용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왔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달에서 지구로 BTS 뮤직비디오를 스트리밍할 거야"라는 말은 마치 마법과 같은 위력을 발휘했다. 이를 통해 연구원이 수행한 연구가 어떤 의미가 있으며, 향후에는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쉽게 말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술을 위한 기술이 되면 공감을 얻기 힘들다", "기술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졌을 때 좋은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 공감을 얻을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기술의 본질은 그대로라도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기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누리는 지난 5일 발사된 이후 달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우주를 비행하고 있다. 현재 시간 기준으로 지구로부터 약 100만km까지 날아간 상태다. 그리고 그 먼 우주에서 조만간 지구로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스트리밍 전송하는 시험을 수행할 것이다.

물론 뮤직비디오 외에도 파일 중에는 ETRI 홍보영상, 심우주탐사용 우주인터넷 시험(DTN) 기술설명 영상도 있다.

연구진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실험도 한다.

다누리가 우주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의 초석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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