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 충남과학기술진흥원장

윤석열정부는 국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시대적 소명이 미래먹거리 창출이라며 7대 산업 신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에너지, 바이오, 방위산업, 우주항공, 탄소중립, 인공지능(AI), 스마트농업을 육성대상 7대 미래산업으로 제시했다. 이중 에너지분야는 차세대원전, 수소산업, 전력신산업, 재생에너지 관련 신기술과 시장을 창출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바이오 및 탄소중립 분야에서는 신종감염병 대응과 수소클러스터 및 자원의 재활용, 그리고 방산 및 우주항공분야에서는 첨단과학 무기개발과 수출사업화 연계 등을 언급했다. 인공지능분야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차 등 제조업의 서비스화, 스마트농업분야는 스마트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의 방안을 강조했다. 반도체, 5G통신,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이미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추가기술개발과 규제 혁파로 다른 경쟁국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전략이 수출의존형 우리 경제에 맞게 작동이 되려면 국제 정치와 가치사슬(GVC) 속에서 독보적 위치와 함께 미래먹거리 산업을 이끌어 가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20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주력산업과 미래먹거리 사슬에서 국제 경쟁하고 있는 중국의 기술이 앞서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0.2년, 방위산업 1.7년, 우주항공 3.5년, 바이오 0.1년, 인공지능 0.5년 앞서기 시작했으며 탄소중립과 스마트농업에서만 우리보다 0.9년과 2년 뒤져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의하면 중국은 31곳의 반도체공장을 2024년까지 새로 건설한다. 미래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 배터리는 ‘중국이 배터리 소재 조달 및 생산뿐 아니라 설계 연구개발 능력까지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나은 세계 1위로 평가됐다’는 한국산업연구원 보고서도 나왔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 AI 및 소프트웨어 분야 또한 중국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 따르면 AI 논문 발표와 특허 출원 등 양적으론 중국이 이미 세계 1위가 됐고 한국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중국이 유럽의 기술 수준을 이미 제친 상태라 분석했다. 심지어 바이오에서도 중국의 기술력 또한 최근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넛크랙카(Nutcracker:기술이나 품질경쟁에서 선진국의 견제를 받고 가격경쟁에서 후발 개발도상국에 밀린다는 용어) 상태는 고사하고 기술경쟁에서까지 평균임금이 저렴한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물론 민간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갖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음은 바람직하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21년 22조5965억원을 반도체공정의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 신물질구조 등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SK온은 고니켈 배터리기술을 고도화해 니켈 비중을 94%까지 높여 한번 충전으로 주행거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 등에 8조9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 민간R&D 투자 70조원대와 정부R&D 예산 25조원대를 합쳐 국가 연구개발 총투자 100조원대에 2022년 진입한 상태라지만 중국은 2019년에 이미 330조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미래를 위한 국가의 총 투자에서도 중국에 밀려있다. 그렇다면 코앞에 다가와 있는 중국의 전방위적 위협을 국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상희 전 과학기술부장관 겸 헌정회 정책연구회의장은 ‘한국인은 머리가 좋아 디지털, 바이오, 탄소중립 분야 등에서 최초원천기술로 중국과 차별화 정책을 시도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회 반도체 특위위원장인 양향자의원은 ‘반도체는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죽고사는 문제’라며 소위 ’반도체특별법‘ 통과의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충남도 민선8기 김태흠지사는 취임 1호 과제로 인구 330만과 기업 23만개가 모여있는 경기 일부와 아산만 일대에 한국의 실리콘벨리, 베이벨리(BayValley)메카시티를 구축해 수소경제를 포함하는 미래먹거리 창출의 중부권 거점발전계획에 서명했다. 모두 훌륭한 제안과 계획이다.

미래 첨단전략산업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첨단전략기업의 유치, 초격차 과학기술 개발, 과감한 규제개혁과 예산지원, 디지털 인력양성, 강소 전문기업육성, 워라벨 정주여건 조성 등을 실행하면서 최초선도자로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분권화 시대의 지방 정부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미래먹거리, 죽기 살기로 창출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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