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한국전력공사 동청주지사 차장

최근 날씨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일 최저온도가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계속되더니 며칠 전 수도권에서는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란다. 폭우 이후 한낮 기온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세등등하다. 이제 산업현장을 보자. 예전과는 달리 휴가사용패턴이 다양해서 여전히 여름휴가가 진행중인 곳을 볼 수 있지만, 주위의 동료들이 그렇듯 속속들이 산업현장으로 복귀한 곳이 대다수이다.

최고온도 30도를 훌쩍 넘긴 무더위가 지속되고, 여름휴가가 종료돼 산업현장으로 복귀하게 되면 전력사용량은 급증한다. 통상 최대수요는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발생하며, 이는 최고온도를 기록하는 시간대에 전국의 냉방부하가 동시에 급증한다고 보면 된다. 더욱이 휴가복귀 후 경제활동은 탄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 시기 전력예비율이 특히 관심사가 되는데, 이미 지난 7월 7일 오후 5시 기준 최대수요는 역대 최고를 갱신했으며, 예비율은 7.2%까지 하락했다. 정부와 한전, 전력거래소의 관계자들은 항상 이 시기의 예비율에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 전기에너지 절약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특히 강조되는 때이기도 하다.

한전은 전력판매를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서비스업으로도 등록돼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 절약을 강조한다. 최근 공동주택(아파트)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에너지캐쉬백’ 제도를 시행했으며, 효율향상을 위해 고효율기기 구매시 일부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일반 기업이라면 생산된 제품을 적극 판매해 매출 또는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한전에서는 언제나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사용과 관련된 정책이 최우선이다. 전기라는 생산된 재화의 판매량을 줄이고자 하는 대책이 우선적으로 수립되는 것이다.

한편 글로벌 전역에서는 기후이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기후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화(0) 하기 위해 전세계가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사회’로 가기 위해서 에너지절약 만큼 효과적인 게 있을까. 화석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분산형에너지 시스템의 구축과 같은 공급중심의 정책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에서의 가격 시그널을 통한 정책은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모두에게 언제나 지지를 받는 방법은 아니다. 탄소중립사회를 위한 성공적인 국가 로드맵을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반응 여부가 중요하다.

에너지 절약은 언제나 꾸준히 강조됐으나, 이제 에너지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개인 혹은 기업의 비용 절감 관점에서만 바라보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최대수요 시간대를 벗어난 부하이전의 생산방식과 효율적인 사용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정책에 더불어, 탄소중립사회의 연착륙 및 국제 에너지 정책에 대한 관심 등 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가 공공재라는 인식이 더 중요한 시기인 듯 하다.

전력판매회사인 한전에서는 오늘도 에너지 절약에 몰두하고 있다. 매출을 적극 촉진하고 영업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것은 기업의 기본적 목표다. 하지만 한전은 국가 에너지 정책에 부응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전기 사용을 유도하는 등 지속가능한 역할을 충실히 하려 한다.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함에 있어 소비자의 적극적인 반응과 공공재로 바라보는 관점 변화 등이 중요할 것이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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