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미래라는 말이 우리 교육의 화두가 된지 오래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교육은 우리 교육이 나아갈 비전이 되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앞다투어 ‘미래’를 정책과 사업의 수사(修辭)로 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교육의 실체는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미래교육을 하겠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되물어 보는 일이 반복된다.

세계의 다른 교육선진국들을 바라봐도 딱히 미래교육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기 쉽지 않다. 아마 그들도 우리처럼 미래교육의 정확한 교육적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하고 숙의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리라.

미래교육의 정의를 찾는 과정에 그나마 도움이 된 것은 OECD가 진행한 ‘2030 미래교육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래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웰빙)’을 추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개인과 우리 공동체의 성장과 행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교사만의 관계가 아닌 학생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관계 즉, 교사-동료-학부모-지역의 총합이 미래교육임을 밝히고 있다. 그럴듯하고 좋은 말인데 딱히 미래교육의 구체적인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답답하였다. 그러던 중 우리 세종 관내 해밀교육공동체가 ‘집담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하게 되었다. 유초중고가 하나의 교육마을을 형성하고 학생-학부모-교사-지역시민이 모여 교육을 고민하는 자리라고 하여 ‘그게 가능할까?’하는 의구심과 ‘가능하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이 재촉한 발걸음이었다.

현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체육관 여기저기에서 아이, 어른 구분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둠들이었다. 모든 교육공동체가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 모든 이야기가 존중받는 집담회가 펼쳐지고 있었다. OECD가 이야기한 미래교육의 모습, ‘학생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관계가 교육’이라는 정의가 구체적인 현장으로 필자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 더욱이 이 아이들은 마을참여단 활동으로 공원 그늘막 만들기 등 마을 의제를 만들어 주민자치회 총회에서 제안하였다고 한다. 마을에 꼭 필요한 일들을 주민 총회에서 당당히 제안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는 미래교육’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깨달음으로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환해졌다.

교육의 본질은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이고 미래교육은 이 관계를 확장하고 새롭게 만드는 일이었다. 삶과 배움의 주체인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관계 맺는 모든 것을 통해 성장하며 우리 공동체의 행복과 안녕에 기여하는 교육 그리고 학교에서 마을로 배움의 공간이 확장되고 방과후와 방학의 단절 없이 배움의 시간이 연속되며 교과서 밖 세상으로 교육과정이 비상하는 교육이 바로 미래교육이었다. 해밀교육공동체의 이러한 실천이 어느새 입소문으로 전국에 퍼져 필자처럼 보고 배워 깨달음을 얻으려는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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