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분질미 재배면적 확대 추진
분질 쌀가루 활용 제품 개발 지원
우리밀 자급률 향상 운동도 꾸준
장기간 확실히 추진돼야 효과 기대

쌀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쌀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경제학적에서 대체로 쌀은 밀의 열등재로 여겨진다.

쌀과 밀은 둘 다 주식(主食)의 역할을 한다. 쌀은 동양의, 밀은 서양의 주요 열량원이었다. 국제화가 지속되면서 동양과 서양의 음식문화 교류와 함께 쌀과 밀의 혼식도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쌀은 밀의 대체재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같이 기후 및 국제정치 문제로 밀 값이 상승하면 쌀의 소비가 느는게 일반적인 경제상식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제밀값이 급등했음에도 우리나라는 쌀 풍년에 따라 농민들이 쌀 값 하락을 걱정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쌀이 밀을 대체하려면 우리나라 경제가 망하는 수준까지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떨어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어지간한 경제적 어려움에서는 이미 밀에 길들여진 입맛을 쉽게 쌀로 바꾸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식량주권을 위한 곡물 자급률 상승 노력은 수십년간 이어져 왔다. 쌀 소비 촉진 혹은 밀 수입 대체 정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쌀 값이 다시 하락할 조짐이 보이자 농협이 전사적으로 쌀 소비 촉진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최근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이 정책은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 일부를 쌀로 대체하기 위해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의 재배면적과 수량을 늘리는게 골자다. 농림부는 오는 2027년까지 분질미 20만t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 분질 쌀가루를 활용한 전략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안도 꺼내들었다.

이 같은 안에 대해 반론도 있다. 쌀 수급이 항상 과잉일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고, 분질미의 건식 제분 비용이 밀 대량 제분 비용보다 크게 높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오랜기간 추진된 우리밀 자급률 향상 운동도 있다.

2020년말 기준 우리밀 자급률은 0.8%다. 우리밀 자급률은 한 때 15%까지 갔지만 1984년 정부가 밀 수매를 중단하면서 1987년에는 0.03%까지 하락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 밀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우리밀 가격과 국제밀 가격의 격차는 크게 줄었다. 정부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우리밀 자급률을 1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밀 자급률 향상 정책 역시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이 밀 농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국제밀 가격과의 격차가 줄긴 했지만 4배에서 2배로 줄었을 뿐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재개되면서 다시 국제밀 가격이 하향세로 전환되는 등 변동성이 큰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해 우선희 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식물자원학과 교수는 "농업에는 왕도가 없다"며 "식량주권과 경제성 확보 차원에서 수십년간 노력해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밀 재배농가를 늘리는 것은 대규모 단지화가 필요하고, 쌀가루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결국 식품 분야에서 어떻게 다용도로 활용해 소비를 늘려갈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라며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정책인만큼 정부나 장관에 따라 정책이 변경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확실하게 추진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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